여객기 이코노미석 좌석 간격 넓어질까?

여객기의 비좁은 이코노미석 좌석 간격을 조금이라도 넓힐 수는 없을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 느끼는 가장 큰 불편함은 무엇인가요? 아마 비좁은 비행기의 이코노미석 좌석 간격(피치, Pitch)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에서 조만간 여객기 이코노미석의 최소 간격이 어느 정도 돼야 비상탈출 등 위급상황에서 안전한지에 대한 시험에 돌입한다고 합니다. 이코노미석의 좌석 간격이 조금이라도 늘어날 수 있을까요?

주요 외신에 따르면 댄 엘웰 미국 연방항공청(FAA) 부국장은 최근 "다음 달에 12일 동안 720명을 동원해 항공기 비상탈출 대피 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코노미석 좌석 간격이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탑승객 전원이 90초 이내에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한 법적 규제를 충족하는지 여부를 테스트한다는 것입니다.

엘웰 부국장은 "미국인들은 체격이 점점 커지고 있어 좌석 크기도 중요하지만, 안전상의 관점에서 살펴 볼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FAA의 이번 안전 테스트는 여객기 좌석 최소 간격기준과 크기를 정하도록 한 법안이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 상원을 통과한데 따른 것입니다. 법이 발효되면서 FAA가 1년 안에 관련 기준을 공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FAA와 항공사들은 "여객기 좌석 간격, 비상탈출 등 안전과는 무관하다"는 등의 로비를 펼치며 이 법안의 통과를 저지해왔고, 미 상원은 그런 로비와 한 차례의 부결 등 여러 차례의 난관을 이겨낸 끝에 이 법안을 기어코 통과시킵니다.

이 법의 핵심은 '여객기 좌석의 폭과 앞뒤 좌석 간의 간격을 과도하게 줄이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입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항공기 이코노미석의 좌석 간격은 35인치(약 89㎝)였지만, 최근엔 평균 31인치(약 79㎝)로 줄었습니다. 좌석 폭도 같은 기간 18.5인치(약 47㎝)에서 17인치(약 43㎝)로 좁아졌습니다.

특히 저비용항공 시장이 커지면서 좌석 간격은 더 좁아졌습니다. 좌석 간격을 좁혀 좌석 숫자를 더 늘리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지요.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의 최신 기종과 영국 라이언에어는 앞뒤 좌석 간격이 30인치(76㎝)이지만, 스피릿 항공과 프론티어 항공, 타이항공 소형기 등 몇몇 LCC는 28인치(71㎝)로 매우 좁고, 이지제트는 29인치(73.6㎝)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FAA의 테스트 결과에 따라 여객기 좌석 간격이 넓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FAA가 이번 테스트는 비상탈출 등 안전을 위한 기준일 뿐 안락함 등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고, 정해진 기준이 '최소'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경우 항공사들이 최소 기준만 지켜 좌석간 간격은 제자리걸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법은 미국에 취항하는 한국 항공기 등 외국 항공기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기준에 대해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요? 부결된 법안을 부활시켜 다시 통과시킨 미국 의회가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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