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칸 만화로 세상 풍자한 '고바우 영감' 김성환 화백 별세

대표작 '고바우 영감' 국내 최장수 시사만화...원화는 등록문화재
검열 의한 삭제, 정정에도 용감하게 우리 사회 이끌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으로 최장수 연재만화 기록을 보유한 김성환 화백이 8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한국만화가협회에 따르면 김 화백은 이날 오후 3시45분 노환으로 타계했다.

한국 만화계를 60여 년 이상 이끈 선구자다. 고인은 1932년 황해도 개성에서 태어났다. 열일곱 살에 연합신문 전속 만화가로 데뷔해 ‘멍텅구리’ 등을 발표했다. 대표작은 네 칸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 격동기 세태를 풍자하고 국민의 애환을 대변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만화는 1950년 육군본부가 발행한 ‘사병만화’에 처음 게재됐다. ‘만화신문’, ‘월간희망’ 등을 거쳐 동아일보,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 주요 일간지에 실렸다.

고바우는 한국전쟁 발발로 고인이 피난 생활을 하면서 탄생했다. 다락방에 숨어 지내며 습작노트에 주요 특징들을 기록했다고. 高(높을 고)자를 쓰는 성씨에 바우라는 이름을 붙여 친근한 이웃 같지만 강직한 성품을 지닌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다. 얼굴을 과장되게 그린 당대 만화 캐릭터들과 달리 표정을 없애고 한 가닥 있는 머리털로 심리 상태를 가리켰다.

고인은 고바우 영감에 날선 풍자와 비판을 담아 여러 차례 필화(筆禍) 사건을 겪었다. 검열에 의한 삭제와 정정에 수차례 시달렸으며, 중앙정보부로 불려가 취조를 당했다. 이민을 가라는 협박까지 받았다. 하지만 매번 “독재라거나 민주주의의 제한이라거나 하는 것이 싫을 뿐”이라고 이유를 대며 용감하게 우리 사회를 이끌었다.

고바우 영감은 1955년부터 2000년까지 1만4139회 연재됐다. 2001년 국내 최장수 시사만화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원화는 2013년 2월 근대 만화로는 처음으로 등록문화재(제538호)가 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허금자씨와 아들 규정씨, 딸 규희·규연 씨가 있다. 빈소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재생병원 장례식장 8호실, 발인은 11일 오전 9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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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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