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야당은 진짜 조국 후보자의 낙마를 원할까

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에 합의하는 것을 보면서 야당이 진짜 조 후보자의 사퇴를 바라는지 의문이 들었다. 올해 4월 내가 ‘야당은 진짜 조국 수석의 경질을 원할까’라는 칼럼을 썼을 때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칼럼에서 야당이 부실 인사 검증을 이유로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실제로는 그가 자리를 오래 유지하기를 바랄 것이라고 썼다. 청문회 일정을 최대한 뒤로 잡고 장관 후보자로는 이례적으로 이틀 간 청문회를 열기로 하면서 야당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들이 촛불까지 들고 있는데도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놓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인사청문회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 동안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보여준 실력으로 봤을 때 이번에도 이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조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31일 '특별감찰반 의혹'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낙승을 거뒀다.

조 후보자를 낙마시키지 못하더라도 야당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조 후보자와 그의 가족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민심은 등을 돌리고 있다. 조 후보자의 적합성을 묻는 여론조사가 민심을 말해 주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임명을 강행하면 민심은 더 나빠질 것이다.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장관에 취임하는 것은 야당이 진짜 원하는 그림일지 모른다. 취임도 하기 전에 고소, 고발된 게 벌써 10여건이다. 그런 장관이 검찰 개혁을 이야기한들 영(令)이 서겠는가. 당장 검사들 사이에서 "누가 누구를 개혁한다는 말인가"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야당은 조 후보자가 장관을 발판으로 대선 후보로 부상하는 것을 경계했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 문제와 별개로 조 후보자가 법무부를 장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무부에는 검찰만 있는 게 아니다. 법무부는 출입국, 교정시설, 인권, 범죄예방 등을 아우르는 방대한 조직이다. 조 후보자는 청와대 있을 때 직원 50여명인 민정수석실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정권에 큰 부담을 준 적이 있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벌어졌던 특별감찰반 의혹은 특감반원들이 평일에 골프를 치다 적발된 게 출발선이었다. 칼럼을 쓸 무렵 만났던, 민정수석실 근무 경험이 있는 검사는 “직속상관인 비서관이나 수석이 얼마나 만만했으면 평일에 골프 칠 생각을 했겠느냐”고 했다. 검찰 수사관 출신 김태우 전 수사관이 폭로한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이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인 김은경 전 장관의 기소로 이어졌다.

‘야당은 진짜 조국 수석의 경질을 원할까’라는 칼럼에서 당시 상황을 축구로 치면 전반전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이고 넉넉히 앞서가던 경기는 이제 접전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비유했다. 어제 발표된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접전이던 경기는 밀리는 형국으로 바뀌고 있다./정치부 차장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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