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 CJ헬로 M&A 숨은 뇌관 '알뜰폰'

케이블 인수전서 '뜨거운 감자'
분리매각 찬반 엇갈리는 중
독행기업·시장 왜곡 여부 등
통신사별 첨예한 입장차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케이블방송 업체의 인수합병(M&A)에 나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알뜰폰 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양사는 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 통신 기업의 케이블방송사 M&A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지만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에 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KT 역시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은 별도 분리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합병 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된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정책 세미나에서 통신 업계의 케이블방송사 M&A는 현실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방송과 통신 모두 공공재인 만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정작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 부분은 방송사업의 M&A가 아닌 CJ헬로가 가진 알뜰폰이었다.

SK텔레콤측은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알뜰폰까지 함께 인수할 경우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 충돌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돼 신중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효용이 증대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세미나 발제자는 아니지만 KT 역시 합병 심사를 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CJ헬로 알뜰폰의 별도 분리 매각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어 알뜰폰이 이번 M&A의 가장 큰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SKT와 LGU+, 알뜰폰 놓고 '정면충돌'

이날 두 회사는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알뜰폰의 경우 지난 2016년 이후 시장 환경 및 정책에 대한 큰 변화가 없는 만큼 당시 공정위가 CJ헬로를 독행기업이라고 판단한 근거 역시 현재까지 유효하다"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 등을 고려할때 알뜰폰의 M&A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미나 주최측인 공공미디어연구소 역시 알뜰폰 도입 정책 취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알뜰폰 시장이 위축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CJ헬로는 이통사 자회사와의 경쟁속에서도 1위를 놓지 않고 있다"면서 "가입자 대부분이 KT 통신망 임대 가입자라는 점을 고려할때 LG유플러스가 CJ헬로 알뜰폰까지 인수할 경우 경쟁사의 알뜰폰 도매대가 등 민감한 영업비밀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다는 문제점도 갖고 있어 분리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학주 LG유플러스 CR정책담당(상무)은 "과거 공정위가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을 독행기업으로 판단한 것은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과의 합병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라며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 합병할 때 알뜰폰 시장 전체 점유율은 15%에 불과하고, 전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역시 22%를 넘지 않아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앞서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에 나섰을 당시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시장 1위 SK텔레콤이 알뜰폰 시장 1위인 CJ헬로를 인수할 경우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며 반대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CJ헬로에 '독행기업(Maverick)'이라는 개념을 국내 처음 도입했다. 독행기업은 공격적 경쟁전략을 통해 가격인하와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을 뜻한다. CJ헬로가 알뜰폰 최초로 LTE 서비스 도입과 요금인하, 아이폰5 등 최신 스마트폰 도입에 앞장섰다는 점이 주요 근거가 됐다.

때문에 공정위는 M&A를 통해 CJ헬로라는 독행기업이 사라질 경우 요금 경쟁력이 약화되고 시장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은 독행기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며 반대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셔야 했다.

SKTㆍKT "왜 우리망으로 LG가 사업하나"

SK텔레콤과 KT의 CJ헬로 알뜰폰 인수 반대에는 또 다른 속사정이 있다. CJ헬로의 알뜰폰 가입자 78만명 중 KT망 이용자가 67만명, SK텔레콤 망 이용자는 11만명 수준이다. 때문에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할 경우 KT와 SK텔레콤이 제공하는 도매대가 인하 등 정부 지원을 LG유플러스가 직간접적으로 취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불문율로 여겨왔던 1개 이동통신사가 1개의 알뜰폰 사업자를 소유한다는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향후 LG유플러스가 KT와 SK텔레콤 망 사용자를 자사 망 사용자로 전환할 경우 시장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은 지난 2013년 약 24%에서 지난해 10%미만까지 감소해 시장왜곡 현상은 발생하기 어렵다"면서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이통사가 복수의 알뜰폰 업체를 자회사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금지조항이 없고 해외서도 복수의 알뜰폰 사업자를 자회사로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가 예를 든 사례는 일본과 미국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Y모바일과 라인모바일을 알뜰폰 자회사로 두고 KDDI 역시 UQ모바일과 JCOM 모바일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AT&T 역시 크리켓과 Aio를 알뜰폰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다. 불공정 마케팅과 관련해 LG유플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소비자 선택권 제한시 처벌을 받게 돼 있는 만큼 LG유플러스가 타사 가입자를 동의 없이 마음대로 전환, 유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미나 주최자인 공공미디어연구소를 비롯한 과방위 의원들, 학계 관계자들 모두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공세로부터 방송시장을 보호, 성장시키기 위해서 M&A를 통한 미디어 산업 시장 재편은 필수 불가결하다는데 인식을 함께 했다. 하지만 고용 문제, 케이블방송이 갖고 있던 지역성 확보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M&A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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