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이상한 베란다/최금녀

내게는 베란다가 있다

컵에 술을 채우고 물처럼 마셔도 취하지 않는 베란다

아직 시를 써요? 내게 묻는 베란다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볼펜을 사고 산책을 하는 나에게

누가 이곳에 의자를 매달아 놓았어?

멀리 온 것은 좋은 일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베란다에 앉았다

너무 높은 베란다

매달릴 수 없는 베란다

하늘만 보이는 베란다

유리컵에 술을 채우고 가는 베란다가 있다

술을 물처럼 마셔도 취하지 않는 나의 베란다

그 베란다가 내게 묻는다

아직 시를 써요?

질문보다 높은 곳에 있는 베란다.

■저 섬에 살고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남자일까, 여자일까? 신입 사원일까, 계약직일까, 혹은 시인일까? 오늘 하루 그는 행복했을까 아니면 좀 슬펐을까?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꼭 와야 할 누군가를 여태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새벽 두 시가 지나도록 불도 밝히지 않은 채 섬을 서성이다 사라진 사람. 하늘에 떠 있는 섬들, 하늘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 베란다에 앉아 있으면 사람이 그립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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