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좀 살려주세요' 하루종일 꽃마차 이끄는 말들의 절규

전국 주요 관광지서 하루종일 마차 끌어…교통사고 우려에 동물학대 논란
도로교통법상 도로 운행 합법·영업 신고나 사업자 등록 필요 없어 통계도 전무

강원 속초시 대포항에서 운행 중인 꽃마차./사진=유병돈 기자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관광지의 매력 포인트인가 동물학대에 교통 방해꾼인가. 전국 관광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마차'를 둘러싼 소소한 논란이다.

최근 찾은 강원도 속초시 대포항, 잘 뚫리던 차도가 갑자기 정체 구간으로 변했다. 차량들은 길게 늘어서 꽃마차 1대를 뒤따라가며 연신 경적을 울려댔다. 어떤 차들은 꽃마차를 추월하기 위해 아슬아슬 중앙선을 넘기도 했다. 이곳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경숙(가명)씨는 "몇 년전 동물학대 논란이 있을 때 잠시 사라졌다가 어느새 다시 나타나 영업 중"이라며 "특히 한여름에 말들이 헉헉대는 모습을 보면 안 좋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꽃마차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관광객 조상희씨는 "말들이 도로 위로 다니는 게 위험해 보이고, 무엇보다 말이 불쌍해서 못 타겠다"면서 "말들이 제대로 못 먹는지 기운도 없어 보여 안타깝다"고 했다.

하루종일 딱딱한 아스팔트 도로 위를 걸어야 하는 말은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은 물론 사람과 차량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 특성상 심한 소음으로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다. 자동차 경적 소리에 놀란 말들이 차도에서 이성을 잃고 날뛰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꽃마차는 도로교통법상 우마차로 분류된다. 고속도로를 제외한 모든 차도에서 합법적으로 다닐 수 있다. 사람을 태우고 요금을 받는 영업행위지만 관할 지자체에 신고 없이 운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국 주요 관광지에서 꽃마차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구 달성공원과 제주 함덕해수욕장, 전북 부안 변산반도, 경남 창원 군항제 등에서도 꽃마차들이 성행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꽃마차는 사업자 등록이나 영업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법적 제재는 불가능하다"면서 "말을 때리거나 가혹행위를 하는 현장을 잡지 않는 이상 동물보호법을 적용하기도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아예 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마차의 도로 통행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 중인 동물권단체 하이(HAI)가 대표적이다. 하이 관계자는 "해외에선 차량 경적소리나 사이렌 소리에 놀란 말들이 돌발행동을 일으켜 마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다수 발생했다"며 "이에 도로교통법 개정을 위한 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동물보호 시민운동단체 케어 관계자도 "무리한 운행은 말에게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준다"며 "교통흐름에 대한 운전자들의 불만도 많이 제기되는 만큼 꽃마차 운행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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