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히든카드 금융시장 개방 꺼내든 중국

[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중국이 조속한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위해 금융시장 개방을 '히든카드'로 꺼내들었다.

2일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위)는 웹사이트에서 정부가 은행과 보험 부문에서 12가지 추가 개방 조치를 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궈수칭(郭樹淸) 은보감위 주석의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 인민일보 공동 인터뷰 내용을 게재했다.

궈 주석은 "금융시장 관리와 경쟁 개선을 위해 심도 있는 연구, 평가를 바탕으로 12가지 추가 개방 조치를 내놓기로 했다"며 내외자 기업 투자 일치 원칙에 따라 중국계 상업은행에 대한 내외자 기업의 투자 지분 상한을 철폐한다고 밝혔다.

또 외자 은행이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필요했던 조건인 100억달러 총자산 보유, 중국에 지점을 설립하기 위해 필요했던 200억달러 총자산 요구를 모두 철폐하기로 했다.

중국과 외국계 합자 은행의 단일 주주, 또는 주요 주주가 중국 금융기관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철폐된다. 또 역외 금융기관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자 보험사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외국계 은행들은 앞으로 중국에서 위안화 사업을 진행하는데 별도의 정부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되며 설립과 동시에 위안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중국 신탁은행에 지분 투자하는 역외 금융기관에 요구했던 10억 달러 총자산 조건도 철폐된다. 외국보험중개회사가 중국내 보험중개 업무를 전개할 때 요구했던 사업 경과년수 30년 및 총자산 2억 달러 이상 요구도 없어질 방침이다.

역외 금융기구와 민영자본의 은행, 보험 지분 투자 및 이와 관련한 업무, 기술 등 각 부문의 협력도 적극 지지하고 장려한다고 명시했다.

궈 주석은 "현재 중국에서 외국계 은행, 보험사의 총 자산 비율을 각각 1.64% 6.36%에 불과하다"며 "한발 더 나아간 은행, 보험업 개방은 중국 경제와 금융 발전의 필요에 의한 것이다. 시장 주체를 풍부하게 하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금융업의 수준과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굳이 미·중 무역협상 막바지 단계에서 44조달러의 금융시장 추가 개방 방침을 공개한 것은 조속히 무역협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이라는 진단이 많다. 닉 마로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 애널리스트는 "미중 무역협상의 압력으로 이와 같은 조치들이 발표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 조치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몇주 안에 협상을 마무리 짓도록 하기 위한 중국의 분명한 양보라고 보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은 무역협상에서 양보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번 금융시장 개방 조치가 자국의 금융시장 개방 니즈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평했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