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지열발전소가 촉발' 결론…공방 가열·책임론 부각

소송 및 지열발전소 폐쇄·원상복구 급물살…책임추궁 등 국회청문회 개최 요구

포항지진 시민연대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주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 주관으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지열(地熱)발전소가 포항지진(2017년 11월 규모 5.4)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밝혀지면서 향후 사회적 파장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역 시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소송은 물론 유사소송까지 잇따르고 지열발전소 폐쇄와 원상복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사업 추진 및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한 공방도 가열되면서 책임론도 부각될 전망이다.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정부 조사연구단이 2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서 땅속으로 물을 주입하면서 발생했다'는 요지의 결론을 발표하자현장에서는 순간 한숨과 탄식이 쏟아졌다. 이날 이강덕 포항시장과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포항 시민 200여명은 전세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올라와 숨을 죽이며 현장 발표를 지켜봤다. 이 시장은 정부조사단의 발표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3시 기자브리핑을 열고, 대응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앞서 포항은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강진으로 135명의 인명피해가 났고, 공식 재산피해도 850억원에 달했다. 집을 잃은 이재민은 1800명이나 됐다. 정부는 포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1800억원을 복구 비용으로 투입했다.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 800여 명의 이재민이 머물렀던 포항 흥해 체육관에는 아직도 90세대, 200여명이 텐트 생활을 하고 있다. 포항지진은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지진이다. 지난해 10월 포항시민 71명은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 집단 소송을 냈고, 올해 초 2차 소송에도 1100여명의 시민이 추가로 참여했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 서울센트럴 이경우 변호사는 "주택 등의 전파나 반파의 경우 1일에 만원을, 소파나 재산상 손해가 없는 경우에는 5000원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포항지진 원인이 지열발전소로 밝혀짐에 따라 정부를 상대로한 소송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 조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지역사회 목소리도 나오면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날 발표에 앞서 만난 마정화 포항지진 시민연대 위원장은 "포항지진은 자연재해가 아닌 지열발전에 의한 유발지진임이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한 조사단 조사결과는 객관성을 검증할 수 없기에 양심있는 전문가 집단의 '검증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마 위원장은 이어 "포항시민의 절박함과 포항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차대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회원 300여명은 성명서를 내고 지역발전소 건설에 대한 책임추궁과 이를 위한 국회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지진에 대한 피해액은 천문학적이다. 건출물 붕괴와 부동산가치 하락분 등 경제력 피해액 외에도 시민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액만 해도 50만 포항시민 전부를 합치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가 된다.

한 시민은 "정부나 학자, 지열발전소 운영사인 넥스지오 등이 스위스 바젤에서 지열발전으로 지진이 일어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숨겨왔다"며 "지열발전소 9㎞ 이내 동네가 초토화됐다. 정부가 책임지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지열발전소를 빠른 시일내 폐쇄하고 원상복구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3년 스위스 바젤에서는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으로 규모 3.6 지진이 발생해 지열발전소를 즉각 폐쇄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조사연구단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며 "정부가 해야할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지열발전소는 2010년 12월 산업부가 지원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시작됐다. 총 798억원을 투입한 이 사업은 포스코, 지질자원연구원, 건설기술원, 서울대학교, 넥스지오가 참여하고 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주상돈 기자 d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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