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0명 중 7명 '만성적 울분'

14일 '가습기 살균제' 제조 SK케미칼 임직원 4명 영장심사

[사진=최호경 수습기자]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 이기민 기자]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0명 중 7명 가량은 '만성적 울분' 상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ㆍ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2018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쓰고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첫 실태조사 결과다.

조사를 맡은 한국역학회는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여간 피해자로 판정받은 가구 중 100곳과 무작위로 추출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방문ㆍ심층 조사를 시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성인 피해자의 66.3%가 '만성적 울분' 상태로 나타났다. 김동현 연구책임자는 "피해 입증과 보상 과정에서 모욕ㆍ무관심ㆍ무책임 등을 겪은 경험이 누적된 결과"라며 "우울증이나 불면증, 자살 위험 등 여러 정신질환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피해자들은 경제적 피해와 긴 판정기간에 따른 고통도 호소했다. 피해 100가구의 경제적 피해 비용은 125억8000만에서 많게는 539억8400만원으로 추정됐다. 피해판정기간은 평균 1년 이상 걸렸다.

특조위는 피해 중심의 보상과 사회ㆍ심리적 피해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전원 특조위 지원소위원장은 "육체적 고통만 떠올리기 쉬운데 정신적 고통,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제약 등 그 피해 범위가 굉장히 다양하다"며 "특조위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재까지의 방식을 전면 재점검해 가능한 빨리 새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사안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SK케미칼 박모 부사장(53), 이모 전무(57), 양모 전무(49), 정모 씨 등 4명의 구속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진행했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저녁에 결정된다.

이들은 SK케미칼의 임원급들로 2013년부터 최근까지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의 유해성과 관련된 자료를 은폐한 혐의를 받는다. '가습기 메이트는' 2011년 벌어진 가습기 살균제 사태 때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SK케미칼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원료 물질인 PHMGㆍPGH와 가습기 메이트 원료 물질인 CMITㆍMIT를 제조한 회사다.

검찰은 최근 압수수색에서 SK케미칼이 CMITㆍMIT 성분의 독성 실험 연구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으면서도, 피해 사례가 불거지자 이를 조직적으로 인멸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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