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임종헌 '검찰발 미세먼지로 형성된 신기루'

"양승태 사법부, 적폐 온상으로 치부돼선 안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법 농단' 사건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3.11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공소장에 있는 검찰발 미세먼지로 형성된 신기루와 같은 허상에 매몰되지 말고 피고인 주장과 증인들의 진술을 차분히 듣고 무엇이 사안의 진실인지 공정하고 충실하게 심리해 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정식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연한 파란색 수의를 입고 왼쪽에 문서를 낀 채 변호인 2명과 함께 법정에 들어섰다.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 117일 만이다.

임 전 차장은 발언 기회를 얻어 "제가 법원행정처 시절 일했던 것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법농단으로 평가되어 기소까지 되며 사법부에 큰 누를 끼쳤다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양승태 사법부가 지금 검찰이 단정하듯 재판거래와 재판 관여를 일삼는 터무니없는 사법 적폐 온상으로 치부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신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 행위가 권한에 해당해야 한다"면서 "업무 수행에 필요한 경우 일선 법원행정 라인에 업무 지시 요청할 권한만 있을 뿐 법관을 지휘 감독할 권한은 없다"고 일축했다.

재판 관여 혐의에 대해선 "법원행정처는 주요 재판에 대해 행정 목적을 달성하는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렇지만 재판 독립의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삼갔다. 재판 정보를 제공한 경우가 있었지만 일선 법원의 소신과 의중을 강제로 관철한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 내에서 작성한 각종 보고 문건에 대해서도 "여러 가능한 방안을 브레인스토밍하듯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으로서 이슈를 확인하고 적절한 방안을 찾아가기 위한 내부 문서였다"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은 2012년8월부터 2017년3월까지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에 개입하거나 법관 인사에 불이익을 준 혐의로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의 중간 책임자였던 임 전 차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등 30여개 혐의를 적용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