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미세먼지]'당최 숨차서…' 마스크 안 쓰는 파고다공원의 황혼

마스크 없이 하루 13시간 야외로
파고다공원 찾은 노인 32명중 6명만 착용
호흡기 환자엔 써도 毒, 안써도 毒

최악의 미세먼지가 닥친 5일 오후 파고다 공원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노인들이 쉬고 있는 모습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미세먼지 수치가 최악을 기록해도 그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42㎍/㎥를 가리킨 5일 오후 3시 파고다 공원을 찾은 노인 32명 중 마스크를 착용한 이는 고작 6명에 불과했다.

남양주시에서 왔다는 이덕룡(78)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8시간 정도 파고다공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주변 노인들과 막걸리 한 잔 걸치고 장기 몇 판 두면 시간이 금방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씨는 오후 6시 공원이 문을 닫을 때쯤 지하철을 탈 것이라고 했다. 저녁 8시께 집에 도착하면 이씨는 이날 13시간 동안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를 마신 셈이 된다. 그는 "미세먼지가 안 좋다고는 하지만, 우리 같은 노인들은 마스크 쓰고 움직이면 숨이 차서 못 쓴다"고 했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닥친 5일 오후 파고다 공원 일대에서 장기, 바둑 등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호흡기 약한 고령층에 미세먼지는 '일상의 독약'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급속히 악화시키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COPD로 인한 입원율이 2.7%, 사망률은 1.1% 증가하고 폐암 발생률이 9%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뇌혈관질환 사망률은 10% 증가하고 뇌졸중 또한 20% 이상 증가한다. 호흡기와 면역력이 약해진 고령층은 더욱 미세먼지에 취약하다.

마스크 착용이 미세먼지를 막을 유일한 대안이지만 고령층에게는 마스크조차 거추장스럽다는 반응이다. 고양시에서 파고다공원을 찾은 정영상(82)씨는 "마스크 하나에 3000원 쯤은 하는데 종로 일대에선 한끼 밥값"이라며 "마스크 좀 낀다고 늙은이들 몇일이나 더 살겠나"라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은 호흡기 질환을 가진 고령층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마스크로 인해 공기 순환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호흡 곤란, 두통 등이 오면 바로 벗어야 하며 환자가 보건용 마스크를 쓸 때는 사전에 의사에게 문의하라고 조언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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