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알린 이탄희 판사 사직…'2년이 길었다'

법원행정처 부당지시 거부 이후 사법농단 알려져

코트넷에 "모든 판사 독립기관으로서의 실질을 찾아가길"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업무를 거부하면서 사실상 사법농단 사태를 알린 이탄희(41·사법연수원 34기)판사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판사는 29일 법원 내부전산망(코트넷)에 "1월 초에 이미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말씀을 드릴 수 없어 마음 앓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판사는 "2년이 길었다. 작년 이맘때쯤 다시 마음을 다잡아봤지만 다시 1년을 겪었다"면서 "2년간 유예됐던 사직서라 생각하겠다"고 전했다.

그가 사직서를 제출한 이유는 이번 사법농단 사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판사는 "많은 분들이 그랬듯이 단 하나의 내 직업, 그에 맞는 소명의식을 가진 판사가 되고 싶었다"며 "지난 시절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벌어진 헌법에 반하는 행위들은 건전한 법관 사회의 가치와 양식에 대한 배신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좋은 선택을 한 뒤에는 다시 그 선택을 지켜내는 길고 고단한 과정이 뒤따른다는 것을,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끝없는 노력과 희생을 요한다는 것을 그 때는 다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판사가 누리는 권위는 독립기관으로서 권위라고 생각한다"며 "미래의 모든 판사들이 독립기관으로서의 실질을 찾아가길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우리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난 2년간 배운 것이 많다. 깨진 유리는 쥘수록 더 아프다. 하루라도 먼저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도 했다.

이 판사는 지난 2017년 2월 법원행정처로 발령됐다가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열기로 한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거부한 뒤 사직서를 제출했다.

법원행정처는 이 판사를 수원지법으로 복귀시켰지만 발령이 취소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법농단 사태가 시작됐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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