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기도는 4차산업]카풀도, 블록체인도 제동‥규제 만능주의에 '갈라파고스 섬' 우려

해외선 자율규제 공조체제로 질주…그나마 규제 샌드박스로 숨통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세계적으로 4차산업혁명에 따른 산업재편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지만 '규제 만능주의'에 빠진 우리나라는 혁신에서 고립되는 '갈라파고스 섬'에 갇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차공유(카풀)를 위시한 모빌리티 분야가 대표적인 사례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막대한 운송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만큼 혁신 산업의 손꼽히는 먹거리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운송을 기반으로 다양한 파생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어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이다.하지만 국내 최대 자동차기업인 현대차그룹의 시가 총액을 넘어선 세계 최대 스타트업 우버조차 국내에선 사업을 포기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처럼 강력한 자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서가 아니다. 국내 규제와 기존 업계의 반발이라는 벽에 막혔기 때문이다. 우버는 2013년 서울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과 승용차의 유상운송을 금지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적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불법으로 규정됐다.6년이 지난 지금도 카풀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말 시범 운영을 시작한 '카카오T 카풀'은 최근 택시업계의 반발 때문에 사업을 중단했다. 택시업계가 카카오의 카풀을 불법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자 정부가 관련 규제를 손도 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시작해 동남아 지역으로 뻗어가고 있는 현지 모빌리티 업체 그랩과 인도네시아 시장을 장악한 뒤 그랩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고젝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랩과 고젝은 50억달러 이상 투자를 유치한 세계 최대 모빌리티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싱가포르도 그랩이 일상이 된지 오래인데 우리나라의 모빌리티 수준은 동남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꼴찌 수준"며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있어도 이를 적용할 수 없는 규제가 문제"라고 꼬집었다.4차산업혁명의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각종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잇는 가상통화 거래소는 여전히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스위스, 싱가포르처럼 가상통화공개(ICO) 가이드라인이 공개되거나 일본처럼 금융청(FSA)와 업계의 자율규제가 공조를 이루는 체제는 찾아볼 수 없다. 가상통화 시장을 투기로만 바라보며 어떤 영역의 사업인지, 어느 규제를 따라야할지 정부가 수년째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얽히고 설킨 규제를 혁신하고 교통정리를 하기 위해 2017년 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했지만 1년 넘게 활동하는 동안 카풀이나 블록체인 등 민감한 이슈는 다루지조차 못했다. 카풀의 경우 여당이 관련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뛰어들었지만 갈등만 증폭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때문에 혁신을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도 각종 정책적 실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는 "모든 것이 검토된 뒤 규제를 풀어주기 보다는 실험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며 실증해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더욱 효율적"이라며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이 같은 규제 샌드박스를 시작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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