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조해동 문화일보 기자가 쓴 '진보정부의 경제권력'은 이 논쟁을 개혁파와 관료파의 주도권 싸움으로 해석하고 다룬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에 있었던 비슷한 사례를 제시한다. 김진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충돌이다. "세종 관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진보 대통령은 관료파와 개혁파 중에서 어느 한쪽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진보 대통령이 관료파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면 자신의 지지 기반인 개혁파가 돌아설 것이고, 개혁파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면 향후 관료를 장관으로 충원하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관료 집단 전체가 사보타주(일이나 공부 따위를 게을리 함)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보이지 않는 힘겨루기의 실체나 구체적인 사례가 담긴 서술은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활동한 경제 정책 결정자들의 면면을 소개하는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이정우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 이동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 이헌재 2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네 명의 발자취를 살핀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김 전 부총리와 장 전 실장,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네 명이다. 각각의 일생과 업적 등을 돌아보면서 분석적인 평론을 곁들인다.저자는 장 전 실장을 '소득주도성장 추진을 위한 실무 사령관'이라고 일컬으면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강조한다. "장 전 실장이 전공한 것은 경영, 그 중에서도 재무경영이다. 재무경영도 청와대 정책실장직을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분명하지만, 청와대 정책실장직을 수행하는데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지식과 경험은 거시경제 등 경제학과 관련된 분야다. 따라서 앞으로 청와대 정책실장을 민간에서 발탁할 경우, 거시경제 등 경제 분야의 전문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총리와의 마찰이 예견된 사태였다는 평론에 가깝다.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의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의견 차를 조율하면 크게 문제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가계 소득 동향 점검회의 뒤 서면 브리핑에서 이 같이 밝혔다. "앞으로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해 관련 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회의를 계속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 조직의 근간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김 대변인은 '주도해'를 빼고 '장 실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로 수정했다. 이 말도 웃기기는 마찬가지다. 정식 장관도 아니고 장관급이었던 당시 장 실장과 경제부총리가 함께 회의를 한다면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관련 부처 장관 및 청와대 경제팀과 함께~가 되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매섭게 지적한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청와대 중심적인 사고'를 하는지, 또 내각에 있는 김 전 부총리를 얼마나 무시했는지가 부지불식간에 드러난 거다."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청와대 참모들과 김 부총리 사이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역할 분담을 해서 김 부총리가 혁신성장을 책임지고 맡아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장 전 실장이 담당하고, 김 전 부총리는 혁신성장을 책임지고 맡아서 추진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이나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모두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지지부진한 일자리 확대와 저소득층의 소득 저하는 여기서 비롯된 문제가 아닐까. 저자는 그렇게 보는 듯하다. 꼭 집어서 가리킨다. "비행기를 조종하는데 조종실이 세 개 있고, 각자 조종을 하면 비행기가 정상적으로 날 수 있겠는가."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