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원기자
스쿼트 자세로 아이 기저귀를 갈고 있는 돈테 팔머 [사진=인스타그램]
먼저 기저귀 교환대가 그렇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일정면적 이상의 시설(문화시설, 종합병원, 공공업무시설 등)에 남녀 화장실에 각각 영유아용 기저귀 교환대를 1개 이상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공중 남자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때문에 아빠들은 스쿼트 자세로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아이를 한 손으로 안은 채 엉덩이를 씻겨 간신히 기저귀를 입히곤 한다. 이조차 사정의 여의치 않으면 차에서 해결하거나 주변 대형마트, 백화점 등을 찾는 일도 허다하다. 이런 이유로 남성 육아자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남자 화장실’이 어디인지 공유하기까지 한다.밥을 먹이는 일조차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수유실’이라 불리는 육아휴게실은 남성 출입을 금지하는 곳이 많다.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3259개 수유실 중 아빠가 이용 가능한 경우는 63%에 그친다.실제 한 공공기관에 “수유실은 엄마와 아기를 위한 공간이니, 아빠는 밖에서 기다려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여성 이용자가 대부분인 시설에 남성이 들어오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공동육아를 권장하는 최근 세태에 알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국민신문고에도 아빠 육아자들의 민원은 상당히 많았다.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한 아버지는 “수유실은 보통 모유수유 공간이 별도로 분리돼 있어 해당 공간을 제외한 유아휴게 공간은 아빠와 공유하는 것이 맞지 않냐”며 “싱글대디, 공동육아가 늘어난 만큼 남성도 수유실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전문가들도 아빠가 주 양육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빠들의 육아 동참을 장려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에도 실질적인 정책과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육아를 ‘여성의 의무’로 보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