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인기척/전문영

처음 마음이 태어났을 때그리고 죽었을 때어떤 신음은 곰의 심장까지도 기어오르고그저 느낌이었을 때가 좋았다는 생각만 한다형식을 갖출수록 내가 가진 게 더 뻔해지니까이때의 감정은 포기하거나 혹은 취소하거나더 비참해지기 전에마음을 즐겁게 갖자!즐거운 마음이 세를 불리면 즐거운 마음만 찾고이쯤 되면 마음은 부족할 게 없다그렇지만 마음이 뭘 하니맞은편 아파트의 여자는 매일 아침 복도 난간 벽에 대고 이불을 팡 팡 소리 나게 턴다 그건 마치 타들어 가는 아파트의 불길을 잡으려는 몸부림 같고 혹은 간밤 내내 잠자리가 타들어 갔고 이제야 그 재를 털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여자는 때로 울고나는 마음밖에 없어서마음만 쓰고마음을 다 쓰고 나면내 길을 간다그러니까 마음이 하는 게 뭐니
■지금, 어느 학교 옥상에선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한 학생이 투신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어느 대형 마트 창고 구석에선 아이 학원비를 벌기 위해 비정규직 엄마 둘이서 사발면 하나를 나눠 먹고 있다. 그리고 또한 지금, 어느 햇볕 들지 않은 방에선 성폭력당한 여성이 2차 가해를 당하고 또 당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지금, 어느 주물 공장 앞에선 몇 달째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한 채 따귀를 맞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이를 악물고 있다.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한가운데에서 누군가는 죽으려 하고 있고, 누군가는 죽지 못해 살고 있고, 누군가는 사력을 다해 버티다가 결국엔 죽고 있다. 어찌하겠는가. 지금 당장 행동하라.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