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PC방 사건, 개인 문제 vs 사회가 만든 ‘히키코모리’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 씨가 2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김 씨는 이곳에서 길게는 한 달간 정신감정을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완전 찐X 같이 생겼네”,“딱 봐도 사이즈 나온다”,“완전 범죄자상 아니냐”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29) 씨의 얼굴 이름 등 신상이 공개된 22일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쏟아진 반응이다.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의 동창이라며 밝힌 A 씨가 그의 고교 시절 졸업앨범을 올리고 “구석 자리에서 판타지 소설 읽다가 뒤통수 맞던 새X, 30살 백수 히키코모리, 중증 우울증 환자”라고 조롱했다.또 다른 커뮤니티에는 그의 중·고교 시절 졸업앨범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 대한 반응도 앞서 반응과 같았다.하지만 다른 의견도 눈에 띄었다. 한 네티즌은 “살인범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밝히면서, 이번 끔찍한 사건은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이다”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신상 공개한 동창도 어떻게 보면 이 사건에 넓게 보면 공범이다. 그 찐X를 친구로 잘 지냈다면 왕따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사회생활 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이 올라오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학창시절 괴롭힘을 당했다거나 따돌림을 당해 분노조절장애가 생겨도 모두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공간에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지난 14일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 씨는 이날 공주 치료감호소로 옮겨져 길게는 한 달간 정신감정을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강서구 PC방 사건을 사회적 문제로 생각하는 의견도 있다. 김 씨 동창이 증언한 ‘따돌림’, ‘괴롭힘’ 등은 사회적 문제고, 이런 문제가 김 씨를 둘러싸고 지속해서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신 모(21) 씨도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결국 범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실제로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PC방에서) 그 난리를 쳤는데도 돈(게임비)도 못 돌려받아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와 관련해 한 네티즌은 “따돌림을 아직도 사회문제가 아닌 개인 문제로 계속해서 여긴다면, 어렸을 때부터 지속하는 조롱과 무시를 당해오다 보면 무시가 살인 이유가 되는 겁니다”라며 “무시가 살인 이유가 되는 순간 내 형제, 친구, 자식이 PC알바와 같은 상황에 처 할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강조했다.또 “30살...무직 히키코모리면 의기소침해지고 피해망상에 피해 의식이 깊어집니다. 그래서 누구 조금만 불친절해도 내가 백수고 못나서 저새X가 날 무시하는 거다 라는 피해망상에 빠져 달려드는 인간들 어마어마하게 많이 생길 겁니다 지금 같은 초양극화(사회) 에서는 더욱더 심해지겠죠”라는 의견도 나왔다.다른 네티즌 역시 “근데 걱정되는 건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이 벌어질것 같아요. 이건 분명 사회적인 문제도 작용한다고 생각되네요.”라며 역시 사회적 문제임을 주장했다.한편 히키코모리란 은둔형 외톨이를 말한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묻지만 범죄에 대한 외국사례 및 대처방안 연구‘를 보면 일본에서는 2000년대 후반 히키코모리 살인,도리마(길거리 악마)살인 등 묻지마 범죄가 급증했다.히키코모리는 실직이나 이혼 등의 과정을 통해 사회적으로 고립된 개인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를 찾지 못한 채 우울과 불안 등 부정적 감정으로 침잠하게 되고 때로는 극단적인 폭력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김 씨 범행을 분석한 전문가 의견도 이와 비슷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김 씨에 대해 ‘수동적으로 공격적인(Passive-Aggressivity)’ 성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평상시에는 분노를 잘 표현하지 못하다가, 본인을 자극하는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폭발적으로 분노하는 성향을 말한다.

일본거리 풍경.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히키코모리에 대한 집계가 전혀 없다는 데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은둔형 외톨이 현황'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가 차원에서는 히키코모리의 규모조차 확인할 수 있는 통계 등 자료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가운데 히키코모리를 추산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는 13년 전인 2005년 민간단체인 한국청소년상담원과 동남정신과 여인중 원장이 우리나라의 은둔형 외톨이가 약 30만∼50만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한 사례가 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당시 자료에 따르면 학교 중도 탈락자와 인터넷·게임 중독자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은둔형 외톨이는 100만명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일본의 경우 지난해 10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광고대행사 JR동일본기획이 20~79세 2,200명(학생 제외)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대 청년들이 70대 노인들보다도 외출 횟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20대의 60% 이상은 자신을 은둔형외톨이인 히키코모리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35%는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지낼수 있는 편이다”고 응답했다. 72%는 집안에서 취미 생활을 하는 ‘인도어파(Indoor派)’로 스스로를 정의했다.JR동일본기획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급돼 일, 오락 등 많은 일들을 집에서 끝낼 수 있게 됐다”며 “이런 상황이 앞으로 확대하면 사회의 정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한편 김 씨는 22일 오전 11시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충남 공주의 치료감호소로 이송됐다. 김 씨는 이곳에서 길게는 1개월 동안 정신감정을 받고, 재판부는 이 결과를 근거로 김 씨의 심신미약 여부를 판단한다.한승곤 기자 hs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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