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이 보유한 '문건 1개'만 압수수색 허용…檢 '외형만 갖춘 것'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재판거래' 수사를 위해 대법원 재판연구관실과 전직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또다시 대거 기각됐다.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유모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지만, 관련 문건 '1건'만 허용한데다 이미 검찰이 보유하고 있는 문건이어서 '영장 발부의 외형만 갖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5일 일제 강제징용 재판 및 박 전 대통령 측근 특허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불법개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날 모두 기각됐다고 밝혔다.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의 대상에는 곽모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당시 일본 기업 측 관여 변호사,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대법원 재판연구관실,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 판사 등이 포함됐다. 앞서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비선의료진이었던 김영재·박채윤 부부의 '의료용 실' 특허 소송 자료를 청와대에 불법 제공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진행해왔다.검찰은 김영재씨 부부가 박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달라고 부탁했고,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설립 등에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아울러 박 전 대통령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도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 수사 결과 2013~2014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차한성·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윤병세 전 장관 등을 만나 해당 재판의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문호남 기자 munonam@

검찰에 따르면 이날 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사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검찰 관계자는 "복수의 대법관들이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 회의에 직접 참여해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재판에 대해 보고하고, 그 결과 대법원이 외교부와 시나리오에 따라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겠다는 협의까지 한 것이 확인된 상황"이라며 "이제 와서 어떻게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검찰 관계자는 특허 소송 관련 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요구에 따라 그 소송 상대편 변호사에 위해를 가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대법원과 특허법원이 불법적으로 만들어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 전달한 것이 확인된 상황"이라며 "어떻게 압수수색도 못할 정도로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법원은 이날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서는 일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유 전 재판연구관의 현재 변호사 사무실 등을 이날 압수수색했다.다만 법원이 발부한 영장은 이미 검찰이 확보한 박 전 대통령 측근 특허소송 문건 1건으로만 범위가 제한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판사가 압수물로 유일하게 한정한 단 한 건의 문건은 이미 검찰이 확보한 자료로서 압수수색 영장 청구시 소명자료로도 법원에 제출한 것"이라며 "이것 외에는 압수수색하지 말라는 것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외형만 갖추되 실제로는 발부하지 않는 것이나 같다"고 반박했다.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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