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소녀와 노랑나비/한영수

아리랑장독대봉숭아넙데기 할머니가 기억하는 모국어열다섯이었다비행장에서 일했다헌병이 큰 칼 차고끌어가기 전까진착, 착, 착, 군화 소리지금도 들려, 해방은더 이상 일본 군인이 오지 않는 것소녀가 앉아 운다노랑나비 온다날아가지 않는 나비나비 나비……나비를 나비라고 말할 줄도 모른다
■이틀 후면 광복절이다. 그러나 국가는 1945년 그날 해방되었을지언정 "넙데기 할머니"는 지금까지 결코 해방되지 않았다. 해방은커녕 할머니는 해방 이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마저 철저히 숨겨야 했으며, 생의 끝자락에 이르러서야 꽃 같은 시절에 당한 폭력과 치욕과 상처를 가까스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런 할머니를 두고 국가는 어느 날 느닷없이 '불가역적' 운운하며 할머니의 입을 틀어막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사욕을 위해 법을 동원해 할머니를 거래하려 들었다. 단언컨대 할머니는 아직 식민지에 살고 있다.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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