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죽음과 안락한 죽음, 그 조심스러운 차이점

해당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하균 기자] 지난달 23일 연명의료결정법 시범사업이 시작된 이후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사망한 환자가 처음 나왔다. 지난해 2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제정 이후 첫 번째 합법적 존엄사 사례로 기록됐다.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명의료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임종 시기를 맞이한 암 환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서명한 연명의료계획서를 바탕으로 연명의료 없이 사망했다. 이는 2009년 5월 대법원이 김 할머니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8년 만이다. 환자의 임종 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며 자연적으로 죽는 것을 뜻하는 존엄사는 환자를 고통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죽음을 의도하는 안락사와는 다른 개념이다.안락사는 4가지 세부 유형으로 나뉜다. 안락사의 행위에 환자 본인의 의도가 반영됐는지 여부로는 자발적 안락사와 비자발적 안락사로 구분되는데, 자발적 안락사는 환자가 자신의 의사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비자발적 안락사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일 경우 타인의 선택에 의해 사망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기준은 죽음에 이르는 방법이다. 적극적 안락사는 약물 투여와 같은 직접적인 방법을 통해 환자의 사망을 유발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협의의 안락사를 말할 때 적극적 안락사의 의미로 쓰인다. 이에 반해 소극적 안락사는 환자가 받고 있었던 의료 서비스를 중단함으로써 죽음을 방조하는 방식을 통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을 말한다.한편 존엄사는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치료의 중단으로 환자가 자연사 하는 것이다. 이는 소극적 안락사의 개념과 유사하지만, 환자의 죽음에 있어서 인간 다운 존엄함을 위해 행해진다는 점에서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안락사와 그 목적을 달리한다. 또, 존엄사의 경우 치료를 통한 회복 가능성이 희박할 때 정해진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소극적 안락사는 회복의 가능성과는 별개로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방조 된 죽음이라는 기준으로도 구별된다.

국가별 존엄사 현황.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현재 안락사와 존엄사 모두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국가는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이 있다. 일본은 생명연장 수단을 제거하는 방향의 소극적 안락사를 용인하고 있으며, 미국은 주별로 다르지만, 소극적 형태의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다. 벨기에는 모든 연령대에 있어서 존엄사를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말기 환자 등 회생 불가능한 경우에만 제한적인 존엄사를 허용했다. 특히 스위스에서는 소극적 안락사와 적극적 안락사 개념인 조력 자살까지 허용하고 있다. 스위스 비영리 단체 ‘디그니타스’는 외국인에게도 존엄사를 포함한 안락사를 제공해, 안락사를 원하는 외국인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우리나라의 연명의료결정법은 소극적 안락사 또는 존엄사의 개념에 가깝다. 환자가 의사 능력이 있을 때 임종기 환자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이외의 사람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자신의 연명의료와 호스피스 이용 여부에 대한 의사를 밝힐 수 있다. 환자의 의사 능력이 없지만, 평소 의사가 확인 가능한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의사 2인의 확인 또는 가족 2인 이상의 일치된 진술과 의사 2인의 확인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환자의 의사 능력도 없고 평소 의사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가족 전원의 합의와 의사 2인의 확인을 통해 환자의 존엄사를 보장받을 수 있다.김하균 기자 lam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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