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도기자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93년 여름,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 한장의 '청와대 칼국수' 사진으로 소박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닭의 목을 비틀지라도 새벽이 온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1979년 5월30일 신민당 전당대회)'정계 개편'과 '과거사 청산'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2주기 추모식이 22일 국립 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거행된다.이날 오후 열리는 추모식에는 손명순 여사와 차남 현철씨 등 유족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정치인 및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자유한국당에선 베트남을 방문 중인 홍준표 대표를 대신해 정우택 원내대표가 모습을 내비친다. 탄핵정국이던 지난해에 이어 여야 정치인들이 총집결하는 셈이다. 추모식은 인사말, 추모사, 추모예배, 추모영상 상영 및 공연, 헌화ㆍ분향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추모식에선 고인의 애창곡인 '고향의 봄'과 '나의 갈 길 다가도록'이 불린다. 차남 현철씨는 유족을 대표해 "아버님은 언제나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을 신뢰하고 국민을 두려워했다"는 내용의 추도사를 낼 것으로 전해졌다.1995년 한국시리즈 개막전이 열린 잠실야구장에서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시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추모식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복잡하다. 이를 반영하듯 생전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업적을 놓고 동상이몽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3당 합당이란 인위적 정계 개편을 통해 문민정부를 일군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운 당사자다. 과거사 청산의 기치를 내건 선구자로, 최근 문재인 정부가 앞장선 '적폐 청산'과 잇닿아 있다.여권은 이를 앞세우는 반면 보수야당은 보수 재결집의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또 바른정당과의 중도보수통합 기치를 내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김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은 무시하지 못 할 '기저효과'를 주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주변을 맴돌던 상도동계는 대부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봉조 민주동지회장 등은 2선으로 물러났다.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던 김덕룡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만이 변방에서 명맥을 유지할 따름이다. 문 대통령 측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차남 현철씨는 침묵을 지키는 중이다.당시 김영삼 민주당 총재, 노태우 민주정의당 총재, 김종필 공화당 총재(왼쪽부터)가 1990년 1월22일 청와대에서 3당 합당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에 동참했던 8선의 서청원 한국당 의원은 문민정부의 전매특허였던 과거사 청산의 심판대에 서 있다. 서 의원은 탄핵정국에서 맞았던 1주기 행사에 이어 이날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의 사정 칼날이 김 전 대통령이 키운 이명박 대통령과 이재오 전 의원 등을 겨누고 있으나 보수의 반격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치권에선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부각시키려는 보수진영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홍준표 대표는 당사에 김 전 대통령의 사진을 내걸었다. 평소 자신을 'YS키즈'라고 부르며 "YS를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홍 대표 역시 김 전 대통령 시절 정계에 입문했다. 이명박ㆍ이회창ㆍ정의화ㆍ김무성ㆍ김문수ㆍ이완구ㆍ손학규 등이 모두 YS키즈로 불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를 정치에 입문시킨 당사자가 바로 김 전 대통령이었다. 13대 총선(1988년)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은 인권변호사였던 노 전 대통령에게 공천을 줬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세상에서 억울하게 짓눌린 사람들의 모습을 알려주자"며 이를 수락했다. 노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학교를 다닐 때 YS는 나를 포함한 내 또래 친구들에게 특별한 존재였다"고 회고한 바 있다. YS를 조련사, 자신을 야생마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후 양김 분열과 3당 합당으로 '투사'였던 김 전 대통령은 '일그러진 영웅'으로 전락했지만 참여정부 출범의 한 축을 담당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다.지난해 탄핵정국 당시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1주기 추모식 / 자료사진
9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한국당의 뿌리인 민주자유당을 만든 주역이다. 합당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민정계'는 세력이 점점 축소됐고, 김 전 대통령의 '민주계'가 점차 세력을 꾸준히 키워 현 한국당에 다수 참여하고 있다.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