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읊은 이진성 헌재소장 후보…청문회 차분히 진행 중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22일 "보수와 진보의 분류에 매몰되지 않고 정진과 사색을 함으로써 사고의 폭이 넓은 헌법재판관이 되자고 다짐해왔다"며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소중하게 아로새겨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인사말에서 시인 김종삼의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라는 시를 읊는 등 감성을 자극하는 메시지로 이목을 끌었다. 그는 "누가 제게 정의가 뭐냐고 물어도 저는 진정한 법률가가 되지 못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며 "생각에 생각을 더해 제 모자람을 줄이고 이 땅에 정의가 더욱 뿌리내리도록 미력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어 "국민들이 헌법이라는 우산 아래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으면서 비합리적인 차별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헌법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시를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날 초반 인사청문회는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후보자 자료 제출 문제로 여야가 기싸움을 벌였던 이전 청문회들과는 사뭇 모습이었다. 이 후보자는 2012년 8월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당시 개인 신상이나 도덕성, 정치·이념적 성향 등에서 별다른 흠결이 없어 인사청문보고서가 무난히 채택된 바 있다. 권석창 자유한국당 의원은 "야당의 경우 인사청문회가 흠집내기로 일관돼서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고 국민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며 "후보자의 소신과 철학, 헌법 준수 의지를 중심으로 질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후보자의 재산증식 과정이나 카드결제 내역 등을 살펴본 결과 큰 흠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 취임할 경우 헌재는 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앞서 서면답변서를 통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판사를 수사대상으로 할 경우 사법부 독립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공수처 설치 의지를 다진 정부의 입장과는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사형제 폐지와 낙태, 김영란법 개정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 취임한다면 임기는 재판관 잔여임기인 10개월이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한국당은 '더 이상 협치는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만약 여야 간 냉전이 길어지면서 이 후보자 인준안의 국회 통과가 미뤄진다면 임기는 더 단축될 수 밖에 없다. 이 후보자 인준이 부결되는 최악의 경우 헌재소장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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