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하당에서/곽재구

  유달산 들어가는 바닷가 신작로에 벚꽃 두 줄로 세워 두고 슬픈 사람들 무슨 생각하나  난영미용실 여자가 창에 얼굴을 대고 돼지코를 만드는 동안 한 아낙이 봇짐을 들고 걸어간다  유채나물 사려 유채나물 사려 유채 순을 살짝 데쳐 된장기에 버무려 먹으면 밤 꿈에 도깨비가 안 나타나지 밤 꿈에 도깨비가 안 나타나지  아낙이 노래처럼 부르는 소리를 따라가는데 노란 리본 유리에 붙인 승용차에서 한 사람이 내려 아낙에게 말한다 난 밤 꿈에 도깨비가 되고 싶으오 도깨비가 되어 보고 싶은 아이가 있소  이때 나물 아낙 노랫말이 유채나물 사려 유채나물 사려 유채 순을 살짝 데쳐 된장기에 버무려 먹으면 밤 꿈에 착한 도깨비 되지 밤 꿈에 착한 도깨비 되지

그림=이영우 화백

  ■차라리 밤도깨비라도 되었으면 싶은 아이들이 있다. 차라리 밤도깨비가 되어 밤도깨비가 된 아이들을 만났으면 싶은 엄마들과 아빠들이 있다. 꿈에라도 그랬으면 싶은 사람들이 지금도 있다. 유달산에 벚꽃은 흐드러져 곱지만 유채꽃 피는 봄날이면 온통 서럽기만 한 바다가 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울음이 있다. 그 바람은, 그 설움은, 그 울음은 먼 훗날 누가 처음 불렀는지 모를 애절한 노래가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우리의 후대들이 기억하고 다시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당신들의 아픔은 지워지지 않고 우리 속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다.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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