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접은 은마]40년 역사, 50층에서 35층까지

1970년대 강남개발부터 시작된 은마아파트 비리와 권력의 입김이 만들어 낸 부촌 1번지은마 35층 재건축으로 '금마' 될까

▲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주민투표로 최고 35층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면서 은마아파트의 역사가 재조명받고 있다. 허허벌판이던 대치동 일대 개발과 은마아파트의 부촌 1번지 등극, 이와 얽힌 한보 정태수 회장의 비리까지. 재건축 1번지로 통하는 은마아파트가 40여년의 역사를 거치며 이제 재건축을 본격 추진한다.은마아파트의 역사는 대치동 일대가 허허벌판이었던 1970년 1월부터 시작된다. 당시 박정희 정권의 실세로 꼽히던 박종규 경호실장은 장래성있는 부지를 물색하던 중 서울시장 김현옥과 도시계획과장 윤진우에게 현재 대치동을 중심으로 한 강남구 일대를 '사모으라'고 지시한다. 이 후 윤진우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으로 땅을 사 모으고 땅값이 오르면 되팔았다. 이렇게 얻은 수익은 정치자금으로 흘러갔다. 같은 해 부임한 양택식 시장은 대치동과 삼성동, 학동 일대를 아우르는 영동2지구를 중심으로 한 남서울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땅값은 나날이 치솟았다. 정태수가 이끄는 한보주택이 금싸라기 땅이 된 대치동에 은마아파트를 지으며 대한민국 부촌 1번지는 현실이 됐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게 강남 재건축이라면, 그 중에서도 은마아파트는 단연 1위다. 은마아파트는 부촌 1번지에 이어 재건축 1번지라는 별명이 항상 따라 다닌다. 말단 공무원 출신 정태수 회장을 재벌 반열에 올려놓은 발판이 바로 은마아파트다. 실제로 정 회장은 이 때문에 재벌 중 구형량이 가장 높았던 총수로 꼽힌다. 정 회장은 수서비리, 대통령 비자금 사건, 한보 비리 등 비리의 종합판으로 불릴만큼 이런 저런 사건에 연루되며 법정에 자주 출몰했다. 최순실 청문회로 다시 조명받은 '구치소 청문회'의 원조가 바로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은 1997년 기업비리와 불법 정치자금 지원 등 총 8가지 혐의로 징역 20년을 구형받았다. 최종적으로 정 회장은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수감됐지만 2002년 말 대장암 진단을 받고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후 일본으로 떠났다. 그 후로 지금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수 많은 비리와 권력의 입김이 만들어 낸 부촌 1번지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40여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35층' 재건축으로 재탄생 한다. 은마는 '금마'가 될 수 있을까. 재건축 이 후에도 부촌 1번지의 타이틀을 지켜낼 지 주목된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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