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의 경제학]①핵무기로 소멸 계획까지 나왔던 허리케인, 역대 피해액은?

피해액 어마 2000억달러, 하비 1000억달러 이상 예상핵미사일, 맞불작전 등 갖가지 아이디어…현실적 대안은 없어

플로리다에 상륙한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 모습(사진=NASA/NOAA)

허리케인 '어마(Irma)'가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시속 200km의 강풍을 동반한 어마의 여파로 플로리다에서는 주민 630만명에 대피령이 내려졌고 피해액은 최소 2000억달러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허리케인이 미국 남부 일대를 비롯해 카리브해 연안을 강타하면서 경제적 손해를 끼치는 일은 수백년간 반복돼왔다.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The Tempest)'는 대서양 허리케인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템페스트가 상연되기 2년 전인 1609년, 버지니아로 향하던 영국 상선인 '시 벤처(Sea Venture)'호가 거대한 허리케인을 만나 난파됐었고 템페스트는 이 사건을 배경으로 만든 작품이었다.

2005년 미국 동남부를 강타했던 태풍 카트리나 모습(사진=NOAA)

허리케인에 대한 예보 체계가 갖춰진 20세기 이후에도 피해는 계속 이어졌다. 1926년 발생한 '그레이트 마이애미'는 1570억달러, 지난 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왔던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무려 1080억달러 규모의 피해를 발생시켰다. 올해 불과 2주 전 텍사스를 휩쓸고 지나가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피해를 입힌 '하비(Harvey)'에 이어 '어마'까지 플로리다와 미국 남부 일대를 강타하면서 미국의 하반기 경제는 휘청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다보니 허리케인을 인공적으로 없애기 위한 연구도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1950년대부터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30여년에 걸쳐 '스톰퓨리(STORMFURY)' 프로젝트를 시행, 태풍을 인위적으로 없애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연구했다.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간 이 프로젝트는 196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으며 항공기를 이용한 요오드 결정체를 허리케인의 눈에 뿌리는 방법으로 한때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1969년에는 허리케인 데비(Debbie)에 4일에 걸쳐 여러 대의 항공기를 동원해서 두 번 이상 씨를 뿌렸는데 허리케인의 강도가 30%까지 약해진 것을 확인했던 것.

항공기로 요오드 결정체 등 응결핵을 뿌려 기상을 변화시키는 인공강우 실행 모습(사진=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

그러나 항공기로 허리케인 중앙부에 들어가서 씨를 뿌린다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걸어야하는 일이고 실험 성과가 확연하게 들어나지는 않아서 1983년에 전체 프로젝트가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아예 태풍의 눈에 핵무기를 쏴서 태풍을 완전히 없애버리자는 의견도 나왔었다. 하지만 이 역시 비용대비 효과가 없고 오히려 피해만 더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묻혀버렸다. 태풍의 눈에 수소폭탄 정도를 터뜨리면 태풍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슈퍼태풍이 일으키는 열의 규모는 매 20분마다 수소폭탄을 터뜨리는 수준이다. 강력한 허리케인의 위력은 핵미사일 2만개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핵무기를 중앙에서 터뜨려봤자 아무런 효과도 없고 오히려 핵 낙진이 허리케인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허리케인에 대한 핵공격 논쟁은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과학자들간 허리케인을 인공적으로 없애고자하는 아이디어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허리케인이 다가올 바다에 강력한 제트엔진을 동원, 역으로 소형 열대 저기압을 만들어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 수법을 노려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으나 오히려 허리케인에 흡수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폐기됐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바다에 생선기름을 뿌려 수증기가 상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으면 태풍의 세기가 좀 약해질 것이란 대안도 나왔지만, 이 역시 파도가 최대 10m까지 몰아치는 태풍권역 바다에 뿌리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으로 폐기됐다. 향후 어떤 아이디어가 허리케인의 피해액을 최소화시켜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관련기사>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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