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경기도에 있는 산란계 농장 살충제 성분 검출과 관련해 15일부터 전국 산란계 사육농장 계란 반출이 금지되자 경남 양산시 한 농장에서 방역복을 착용한 공무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진드기 잡으려고 암암리에 써오던 살충제가 이번 사태를 불렀어요. 문제가 된 피프로닐 성분이 들어간 살충제는 6·25 때부터 쓰던 것이죠."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전국을 휩쓴 조류인플루엔자(AI)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살충제 계란’ 파동이 불어닥치며 양계 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더구나 암암리에 사용된 닭 진드기 살충제가 공론화되면서 먹거리 신뢰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16일 오전 경기도 화성에서 닭 5000여마리를 키우는 농장주 A씨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본지와의 통화에 응했다. A씨는 "여름에 진드기가 극성을 부리니 10~20년 전에는 살충제를 가리지 않고 썼다"면서도 "최근 친환경이 부각되면서 성분이나 사용 빈도가 줄어들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식 없이 예전처럼 살충제를 쓰는 곳들이 있는데, 이번이 그런 경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15일 경기도로부터 출하 금지 공문을 받아 본 A씨는 이날 밤 막걸리 한통을 들이키고서야 잠을 청했다. 해당 공문에는 ‘경기도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살충제가 기준치 이상 발견된 것과 관련해 출하 중지를 요청드린다’고 적혀 있었다. A씨 농장을 찾은 도청 직원들은 이날 검사를 위한 샘플 계란 40여개를 수거해 갔다. A씨는 “작년에 조류인플루엔자(AI)로 힘든 겨울을 났더니 이번에는 살충제 계란이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A씨는 그간 암암리에 써온 살충제가 결국 화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여름철 폭염에 진드기 등이 극성을 부리는데 닭장은 좁다 보니 살충제를 쓰는 관행 때문에 발생한 사태라는 것이다.A씨는 “해당 살충제 성분이 사용된 것은 한국전쟁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땐 주로 이를 구제하는데 사용했다고 한다”면서 “약효가 좋으니 여전히 사용하는 농가들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마지막으로 A씨는 “비좁은 곳에서 닭을 사육하는 현실에서 이번 파동은 우리 농가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빨리 결과가 나와 이상 없이 출하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