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기자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에서 나온 유물 [사진=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br />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은 고려에서 조선시대까지 약 1000년 동안 전라·경상도 지역에서 거둔 세곡과 화물을 실은 배들이 드나들던 곳이다. 또한 명량대첩(1597년)이 일어난 울돌목에서 남동쪽으로 약 4㎞ 떨어져 있어 전쟁 유물이 다수 발견된다. 8월,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2012년부터 연차적으로 발굴조사를 시작해 올해 5차 작업(5월18일~11월2일)을 시행 중이다. 지난해 4차 조사까지는 조선시대 개인화기인 소소승자총통(小小勝字銃筒) 석 점을 비롯해 토기, 도자기 등 다양한 유물 790여점이 나왔다. 노경정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36)는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은 인근 명량해전의 울돌목과 가까운 거리에 있고, 주변 벽파항은 해남, 진도, 제주를 잇는 중간 교두보 역할을 했다. 전라도에서 개경으로 올라가기 위한 중요한 길목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올해 5차 발굴조사에서 8월 현재까지 약 60여점 가량의 유물을 추가로 확인했다. 노경정 학예연구사는 “60점 중 40여점은 고려청자다. 나머지 중 닻돌(anchor), 백자도 일부 나왔다. 진도에서 개경으로 진상된 특산품 중 녹각(사슴뿔)도 한 점 발견됐다”고 했다. 울돌목으로 유명한 이 해역은 조류가 빠르게 흘러 수많은 배가 난파됐다. 하지만 그만큼 해상 지름길이라 위험을 감수했다. 선사시대 이래 현재까지 많은 배가 끊임없이 왕래하는 서해안 해상항로의 주요 길목이다. 올해 조사에선 처음으로 수중초음파카메라를 도입했다. 덕분에 물살이 세고, 수중시야 확보가 잘 되지 않는 해역에서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노 연구사는 “초음파 장비 사용 자체가 처음이다. 일단 수중으로 들어가면 시야가 굉장히 어둡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적합한 장비다. 초음파를 쏴 전방에 보이지 않는 형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고 했다.수중초음파카메라를 착용한 수중발굴조사원[사진=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br />
촬영이나 실측은 직접 연구사들이 수행한다. 경력 10년째인 노 연구사는 “수중발굴은 바다 환경 자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물때에 따라 일한다. 열흘 연속작업하고 나면 4~5일내지 쉰다. 진도 현장은 특히 변수가 많다. 조사를 원해도 바다가 허락지 않으면 안 된다. 비는 와도 상관없지만, 바람과 태풍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산업잠수만큼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향후 연구는 과거 해상전투의 흔적을 확인하는데 초점을 둔다. 사실 발굴조사 자체가 고선박 발견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노 연구사는 “과거에도 물살이 심해 침몰사고가 종종 있었다. 그와 관련해 지금까지는 고려청자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곳의 ‘집중매장처’를 찾고, 과거 명량해전, 벽파진해전 등 임진왜란과 관련한 침몰선 발굴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5차 조사결과는 11월 22일까지 자체보고서를 작성한다. 5차 발굴조사의 최종 결과 보고서는 내년에 종합해 발간한다.한편, 현재 전라남도 목포시에 위치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전시관에선 ‘바다에서 건져낸 향기, 청자향로’ 테마전을 열고 있다. 올해 세 번째 테마전인 전시는 지난 1일 문을 열어 내달 17일까지 진행한다. 보령 원산도, 태안 대섬,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 등에서 발굴한 청자향로 일곱 점을 공개한다.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