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이 재판의 쟁점 아니다'…특검 논리 비판

삼성물산 합병, 청와대 영향력 밝히는 게 본질…엉뚱한 사안에 시간 낭비하지 말라는 재판부 경고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삼성물산 합병비율의 적정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재판의 쟁점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특검은 공판 과정에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적용됐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재판부는 본질과 무관한 내용이라고 지적한 셈이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공판에서 재판부는 "합병비율의 적정성은 이 사건의 쟁점과 관련이 없다"면서 "그 부분은 의견서로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2015년 7월 주주총회에서 1(삼성물산)대 0.35(제일모직) 비율의 합병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특검은 지난 3월 "국민연금에 최소 1388억원 상당의 손해를 가한 사건"이라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1388억원이라는 수치는 합병비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검은 삼성물산이 저평가돼 합병비율이 부당하게 적용됐다는 점을 공판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합병비율이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면서 정작 사건의 본질인 청와대 부당 압력이나 삼성 측의 개입 등은 논의의 초점에서 멀어졌다. 공판이 기업 인수합병을 둘러싼 학문적인 논쟁의 장으로 변질된 측면도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이 현안이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그 현안에 대한 청와대 영향력이나 삼성 개입을 밝히라"고 특검 측에 주문했다. 특검이 소모적인 합병비율에 매달리는 것은 공판 과정에서 핵심 쟁점에 대한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영향력 행사나 삼성의 개입 의혹을 밝혀내지 못하자 부차적인 사안을 부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판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은 시간순서, 줄거리를 확인하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오늘 같이 시간순서대로 하는 건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정말 손해를 본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됐다. 공판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3000억원의 지분가치가 상승했고, 삼성물산은 신용등급 상승의 혜택을 봤다는 증거자료가 제시됐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증인으로 나와 보건복지부의 삼성물산 찬성 압박 의혹에 대해 "(복지부 공무원의) 찬성하라는 얘기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 변론을 담당한 이현철 변호사는 "(홍 전 본부장 증언으로) 보건복지부와 청와대의 압력이 없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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