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떨리는 물가]집어들기 겁나는 식재료…'그냥 사먹는 게 나아'

金 달걀·오징어…배추·양파·마늘 등도 가격 상승 압력정부 물가 안정책 효과·반응 미지근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계란 코너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오종탁 기자)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봄나들이에 나선 전형욱(34·남)씨 부부는 일단 동네 밥버거 가게를 찾았다. 도시락은 싸려다가 포기했다. 김밥 재료값을 얼추 계산해 보니 괜찮은 식당에서 사먹는 가격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지출이 많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던 차다. 전씨 부부는 집에서 아이 이유식만 챙기고 본인들은 저렴한 밥버거로 때우기로 했다. 달걀값을 필두로 축·수산물, 농산물 할 것 없이 고공행진하면서 서민들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달걀 가격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신학기 수요 증가 등까지 겹치면서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전국 평균 특란 30개들이 한 판 소매가는 7701원으로 평년 가격(5642원) 대비 36.5% 높다. 평년 가격은 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 간 해당 일자의 평균값이다. 평년 대비 가격 상승률은 30%대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오름세다.가장 비싼 소매업체 가격은 9330원, 싼 곳 가격은 6980원이다. 소규모 슈퍼마켓 등 일부 소매점에서 파는 달걀 한 판 값은 최근 다시 1만원을 넘나드는 경우가 나오면서 장바구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한 판 평균 소매가가 9000원까지 올라갔던 달걀 가격은 설 이후 하락했다가 신학기와 봄소풍, 부활절(16일) 등 영향에 3월 중순 이후 강보합세를 보여 이달 7700원대까지 상승했다. 정부는 AI로 국내 생산 기반이 피해를 당해 달걀 가격이 당분간 높은 가격을 유지하다 점차 하락하리라 내다봤다. 사상 최악의 AI로 국내 전체 산란계의 36%에 해당하는 2518만마리가 살처분돼 부족해진 계란 생산량을 메우려면 해외에서 산란계를 수입해야 하지만, 주 수입국이던 미국과 스페인에서마저 AI가 발생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21일 기준 한우 등심(100g 1등급·7876원) 소매가는 평년 대비 28.3% 높다. 한우 갈비(100g 1등급·5215원)는 20.1% 비싸다. 돼지고기 삼겹살(100g 중품·2019원) 가격은 12.8% 높다.마늘(깐마늘 1㎏ 상품·1만192원), 대파(1kg 상품·3205원), 양파(1kg 상품·2451원) 등 양념류 채소 가격은 평년보다 각각 26.7%, 26.1%, 6.4% 비싸다. 상품 배추 1포기 소매가는 3681원으로 평년보다 19.8% 높다. 당근 상품 1kg(3967원)은 48.1%, 무 상품 1개(1984원)는 46.4%, 양배추 상품 1포기(3112원)는 10.7% 비싸다.주요 채소류 가격이 봄채소 출하로 이달 들어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다만 배추와 양파, 마늘 등의 경우 수급 불안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우려했다.

대형마트 매장에 진열된 오징어(아시아경제 DB)

갈치·오징어 등 수산물 가격은 어획량 감소에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갈치 중품 1마리(1만1900원)와 물오징어 중품 1마리(3000원)는 평년보다 각각 12%, 15.7% 비싸다.정부는 지난주부터 명태·고등어·갈치·조기·오징어 등 비축 수산물을 방출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마트에 공급하는 물량은 전체 6748t의 0.5%에 불과한 36t이다. 대부분은 전통시장에 푼다. 대형마트 공급 어종도 갈치, 명태, 조기로 한정해 '생색내기'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관련 기사 아울러 정부는 봄배추에 대해 수급 조절 물량(1만8000t)과 정부 비축 물량(3000t)을 확보하고 농가 재배 면적 조절을 유도한다. 4~6월 출하될 햇양파·마늘의 생육을 지원하는 현장 기술지원단을 운영하고 계약 재배 계획 물량(양파 24만1000t, 마늘 5만5000t)도 확보한다.달걀값 진정을 위해 정부는 6월 초까지 태국산 신선란 수입 허용 절차를 마무리하고 AI 청정국 지위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 국가 수입 재개 절차를 미리 준비키로 했다. 사재기 등 시장질서 교란 행위 방지를 위해 유통업체와 농장에 대한 점검도 강화한다.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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