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녀와 야수', 동성애 4분30초로 말레이와 상영전쟁

디즈니 '성소수자 표현 굽히지 않겠다'…감독 '영화 주제가 포용이란 말이오'

개스톤(왼쪽)과 르푸. 사진=영화 '미녀와 야수' 스틸컷.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미녀와 야수'를 둘러싸고 동성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0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6일 개봉한 '미녀와 야수'는 닷새만에 누적관객수 157만430명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부 국가에선 극중 동성애자 인물 때문에 시끄럽다.'미녀와 야수' 제작사 월트디즈니는 최근 동성애 코드의 장면을 삭제해 개봉하라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요구를 거부했다.당초 말레이시아에서는 '미녀와 야수'를 16일에 개봉하기로 했지만, 말레이시아 검열위원회(LPF)는 개봉일을 미뤘다.디즈니 측은 "해당 영화는 말레이시아 상영을 위해 검열되지 않았고, 이후 검열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사진=미녀와 야수 스틸컷.

말레이 검열위원회는 동성애 논란과 관련된 4분30초 분량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13세 관람가 등급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말레이시아는 법으로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는 국가다. 러시아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러시아는 애초 '전체관람가'등급으로 제작된 이 영화를 '16세 이상 관람가'로 판정했다. 러시아 집권당 하원의원 비탈리 밀로노트는 "(영화 속)왜곡된 성적 관계가 게이 프로파간다를 금지하는 러시아 법에 직접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사진=영화 '미녀와 야수' 스틸컷.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극중 인물인 '르푸(조쉬 게드 역)'가 동성애적인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르푸'는 '개스톤(루크 에반스 역)'을 추종하는 인물이다. 언뜻보면 둘의 사이는 절친 사이에 가깝지만 르푸는 묘하게 우정과 사랑을 넘나든다.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녀와 야수' 연출을 맡은 빌 콘돈 감독은 동성애적인 장면을 언급하면서 "르푸는 하루는 개스톤이 되고 싶고, 하루는 개스톤에게 키스하고 싶은 사람"이라며 "누구나 이 장면을 보면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사실 월트디즈니의 영화에서 동성애 캐릭터는 '르푸'가 처음은 아니다. 월트디즈니는 이전에도 성소수자 캐릭터를 극에 녹여내왔다. 동물 캐릭터들로 꾸며진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에선 주인공 주디가 이사한 옆집에 버키와 프롱스 부부가 사는데 이 둘은 모두 수컷인 게이커플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의 주인공 안나와 크리스토프가 만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캐릭터 '오큰' 역시 동성애자인 것처럼 묘사된다. 동성애 논란이 계속되자 빌 콘돈 감독은 "'미녀와 야수'의 주제 자체가 바로 '포용'이다"라며 "이 영화 주제에 모든 사람들을 포용하고 싶었고, 디즈니의 수용력을 믿었다"고 입장을 밝혔다.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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