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 첫 주말…촛불 '개혁 시작'vs친박 '불복, 장기전'(종합)

11일 오후 서울 도심, 각자 집회 열어...대조적 풍경 눈길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현주 기자, 이민우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은 승리의 축제를 벌이며 여세를 몰아 사회 개혁 완수를 다짐했다. 궁지에 몰린 친박단체들은 탄핵 불복을 외치며 장기전에 돌입했다.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후 첫 주말인 11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대조적인 풍경이다. 5개월여의 대장정 끝에 한국 민주주의의 일대 진전을 이룩한 촛불집회는 이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 10월29일 1차 이후 20번째로 열린 촛불집회는 시민과 민주주의의 승리를 축하하는 대동의 한마당이었다. 참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조속한 청와대 퇴거ㆍ구속 등 후속 조치를 촉구하는 한편, 앞으로도 촛불의 힘으로 사회 개혁을 완수하자고 다짐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에는 오후 8시50분 현재 광화문 65만명, 다른 지역 6만명 등 약 71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이 모여들었다. 20차 동안 연인원 1600만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우는 순간이었다. 참가자들은 촛불의 승리를 기뻐하며 그 간의 기록들을 되돌아보는 한편 박 전 대통령 구속, 황교안 퇴진, 재벌수사, 사드 철회 등 적폐 청산을 요구했다. 최종진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15가 글자엔 1600만 촛불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촛불시민들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20차례 집회를 뒷바라지한 자원봉사자들도 무대에 올랐다. 봉사자 전현미씨는 "자기가 쓰던 핫팩을 주시는 분들, 주전부리를 챙겨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시각장애인들의 통행 확보를 요청하면 아무 내색 없이 협조해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언론개혁의 상징으로 암투병 중인 MBC 이용마 해직기자가 나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이 정권의 나팔수, 기득권세력의 이중대 역할을 했다"며 "적폐청산의 출발점을 언론과 검찰의 개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랐다. 김종기 4.16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우리 국민과 제 가족은 포기하지 않았고 드디어 이뤄냈다"며 "여기서 실망하지 않고 진상규명,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더 앞장서서 행동하겠다. 광화문 민주주의 광장을 만들어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집회가 끝날 무렵엔 촛불 승리를 자축하는 폭죽이 터졌고 셀프카메라(셀카) 퍼포먼스, 파도타기 등이 이어졌다. 이후 참여자들은 종로와 을지로를 향하는 도심 방면 행진과 총리관저, 청와대까지 "촛불이 승리했다", "청와대에서 방 빼라" 등 승리의 함성을 외치며 퍼레이드를 벌였다. 경북 구미에서 온 정우정(38)씨는 "구미에서도 치킨집이 마비될 정도로 탄핵을 좋아하고 있다"면서 "마지막이라 급하게 기차표를 예매해서 왔다"고 말했다. 정씨는 9살 된 아들과 6살 된 딸, 부인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 미 대사관 앞에 멈춰 선 행열은 박 전 대통령 얼굴과 '박근혜 세력 손잡은 사드 알 받기'라고 적힌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종로방면 행진에서는 "탄핵은 시작이다. 범죄자를 구속하라. 부역자를 처벌하라" 등과 같은 구호가 터져 나왔다. 세 방면으로 진행된 촛불집회 마지막 행진은 충돌 없이 오후 8시쯤 끝이 났다. 이후 권진원, 뜨거운 감자, 전인권, 한영애, 조PD 등이 출연하는 축하 콘서트를 끝으로 5개월 동안 '박근혜 탄핵'을 목표로 불 타오른 촛불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1일 오후 친박단체들이 주최한 탄핵 불복 집회.

한편 친박단체들도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탄핵 불복종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ㆍ파면 결정에 대해 "역모이자 반란"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을 집회에 동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서울 대한문 앞 시청광장에서 열린 '제1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전에 비해 확 줄어든 참가자 숫자에서 알 수 있듯 집회 분위기도 전날의 폭력적ㆍ광기어린 분위기보단 한층 가라앉았다. 탄기국 측은 이날 집회에서 헌재의 탄핵 결정에 대해 정면으로 불복을 선언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성명서를 낭독해 "탄핵 결정은 헌재발 역모였고 반란"이라며 "최소한의 구성 요건인 정족수마저 외면하고 말도 안 되는 판결문으로 국민을 우롱하면서 정의와 진실을 외면한 이 판결은 무효"라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집회 말미에 "다음 주에는 대통령(박 전 대통령)께서 이 자리에 나오셔야 한다. 그렇지 않나.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야 말로 진짜 전투다. 진짜 승부는 59일 뒤에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이었던 김평우 변호사,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연사로 무대에 올라 헌재의 판결을 비난하면서 '탄핵 불복'을 촉구했다.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1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해 분향하고 있다.

집회가 한창 중인 오후 2시40분 께 시청광장에 마련된 '애국분향소'에는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끌었다. 그는 "탄핵 인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당성이 부족한 탄핵으로 정치적 타살"이라고 비난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경부터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방향에서 회현역, 남대문 시장 등을 거쳐 다시 시청광장으로 행진한 후 집회를 끝마쳤다.한편 경찰은 전날 집회의 폭력 양상을 고려해 207개 중대 1만6500명을 배치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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