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담배가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얼마나 심각한지는 대체로 잘 모른다. 담배 피우는 사람이 다 죽는 것도 아니고, 담배 때문에 죽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안 피우는 사람은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흡연자의 반이 담배 때문에 죽게 되고, 많은 비흡연자가 간접흡연 때문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 담배 때문에 죽는 것이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담배는 인류에게 가장 큰 건강 위협요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년 동안에 30세 이상 전 세계 사망자의 12%인 600만명이 담배 때문에 죽는다. 전 세계 흡연율이 20%정도이므로 사망자의 20%를 흡연인구로 볼 때, 어림잡아 흡연인구의 반 이상이 담배 때문에 죽는 셈이다. 술 때문에 죽는 330만명의 두 배나 되며, 술과 달리 피우지 않는 간접흡연자까지 병들어 죽게 한다. 담배에는 필요한 영양소가 전혀 들어 있지 않고, 유해물질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더 건강하게 사는 것은 당연하다. 담배연기에는 4,00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데, 250가지 이상이 몸에 해로우며, 50가지 이상이 암을 일으킨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담배연기를 알콜 음료인 술과 함께 1그룹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WHO에 따르면 1년 동안에 담배 때문에 죽는 600만명 가운데 60만명 이상이 간접흡연으로 죽는다. 감염성질환자의 5%와 비감염성 질환자의 14%가 담배 때문에 죽는다. 담배로 인한 감염성 질환 사망자의 7%는 폐렴, 12%는 하기도 감염으로, 담배로 인한 비감염성 질환 사망자의 10%는 심혈관질환, 22%는 암, 36%는 호흡기 질환으로 죽는다. 담배와 관련한 심혈관질환 사망자들은 젊은 성인들에게 많아서 30-44세 허혈 심장병 사망자의 38%와 폐암 사망자의 71%, 만성 폐쇄성 폐질환 사망자의 42%가 담배 때문에 죽는다. 담배연기의 폐해는 흡연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간접흡연은 성인들에게 심각한 심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며, 유아들에게 돌연사의 원인이 되고, 임산부들에게는 태아의 저체중의 원인이 된다. 2004년 간접흡연 사망자의 28%가 어린이였다. 이와 같은 흡연의 심각한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WHO를 비롯한 수많은 건강관련 기관들과 각국 정부들은 적극적인 홍보와 금연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오랜 홍보와 금연정책에 힘입어 흡연율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으나, 개발도상국의 흡연인구는 아직도 증가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2015년 21.9%로 세계 평균 흡연율이나 다른 OECD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나, 남성 흡연율은 37.9%로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으며, 2012년 세계 남성 평균 흡연율 31.1%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고, 흡연의 유해성을 잘 모르는 청소년들이 유혹에 빠져 흡연율이 매우 높은 것도 문제다. 담배는 한 번 피우기 시작하면 주성분인 니코틴의 중독성 때문에 끊고 싶어도 끊기가 쉽지 않으므로 청소년들이 흡연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도 흡연의 유해성을 적극 홍보하고, 금연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겠지만, 특히 청소년들이 어려서부터 흡연습관을 갖지 않도록 성년 흡연자가 솔선수범하여 금연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