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 베이징 특파원
지난 주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5면에는 '보호무역주의는 남을 해치고 자신도 해치는 것(害人害己)'이라는 제하의 비판성 기획 기사가 실렸다. '보호무역주의가 과연 미국을 다시 강대하게 만들 수 있을까' 물음에 네 명의 전문가가 기고를 통해 답하는 형식이었는데 짜 맞춘 듯 논조가 한결 같았다. 인민일보가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창구로 쓰이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창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작심하고 폄훼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이 기사를 독자 입장에서 찬찬히 읽다 보니 미국을 흠집 내려는 인민일보 편집 의도와는 달리 중국은 언행이 참 맞지 않는 나라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중국이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중국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무역 정책 이면에는 항상 홀로 이득을 보려는 심리와 이기주의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고 '미국의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대목에서 불현듯 떠오른 건 중국이다. 중국이야말로 그 어떤 나라보다 자국 우선주의 성향이 강하지 않은가.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알려진 한한령·저가 관광 근절·배터리 인증 탈락·수입 통관 지연 등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목적의 중국 우선주의(China First)를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루아침에 없던 법도 만들어 외국 기업을 옥죄는 게 중국이다. 그렇다고 짐을 싸 떠나는 것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사드를 핑계 삼은 보복 조치가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엉겁결에 자유무역 수호자로 둔갑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았다.미국과 중국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사고에서도 묘하게 오버랩 된다.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부주임은 미국이 연방정부의 막대한 적자를 해결하지 않고 국민은 저축하려 하지 않으면서 보호무역에 의존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인다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의 원인이 자국 내 경제·정치·사회적 불균형에 있는데 대외 무역 상대국의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자기에게 이롭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데에는 중국이 빠질 수 없다.대북 정책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지렛대 삼아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미국 탓이라며 원인 제공자가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고 응수한 상황이다. 양국의 엇비슷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이 어떤 효과를 낼지는 두고 볼 일이다.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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