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표, 아시아경제와 단독 인터뷰서 밝혀…사실상 채무탕감 의미 지지율 박스권 갇혔다는 지적에 “문재인이 두려운 사람들의 해묵은 이야기”“여권 정당은 국정농단에 책임, 지금은 대연정 얘기할 때 아냐”…'연정론' 제기 안희정 지사 우회 비판
[인터뷰=정완주 정치부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17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채무변제 가능성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소멸시효만 연장하는 이른바 ‘좀비채권’을 사실상의 채무면제 조치를 통해 소멸시키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 방안을 묻는 질문에 “금리 인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저소득, 저신용의 서민들이 정상 신용자가 되게 해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저소득층에 대해 사실상 채무 탕감을 하겠다는 의미여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와 재원 조달 문제 등의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 전 대표는 지지율이 30% 내외의 박스권에 갇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지율이 20%대일 때도 똑같은 말들이 나왔다”면서 “문재인이 두려운 사람들의 해묵은 논리”라고 일축했다.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문 전 대표를 추격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노무현의 적통은 안희정”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적통 다툼할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다. 문 전 대표와의 인터뷰는 사전에 서면 인터뷰를 한 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의 한 카페에서 정완주 정치부장이 약 30분 동안 대면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7일 아시아경제와의 단독 인터뷰 도중 차를 마시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12년 고배를 마신 이후 5년이 지났다. 대선 후보 문재인, 무엇이 달라졌나. “정말 이제는 절박해졌다. 그리고 훨씬 더 준비됐다. ‘넘어져봐야 걷는 법을 배운다’고 했다. 지난 4년간 국민들과 소통하며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충분히 검증받았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될 때는 결혼도 안 하고 자녀도 없어서 친인척 비리는 없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문 전 대표에게는 자녀들도 있고, 또 측근으로 알려진 이른바 ‘3철(전해철, 이호철, 양정철)’도 있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비리에 연루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복안이 있는 지 궁금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비선실세가 발호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 자신이 공약했던 ‘특별감찰관’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시켰던 폐해 때문이다. 차기 정부는 대통령과 친인척, 측근 참모 모두가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고, ‘인사 실명제’를 도입해 소위 비선정치를 뿌리 뽑을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의 24시간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 -이 시대 대한민국을 이끄는 대통령이 지녀야 할 첫 번째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촛불민심은 "이게 나라냐?"고 물으며 낡은 적폐의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깨끗한 정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덕적 권위와 국민의 신뢰가 부족한 리더십으로는 위기 극복도 국민통합도 불가능하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라는 우려가 많다. 어떤 타개책을 갖고 있나.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적 해법은 가계소득의 실질적 증가를 가져올 수 있도록 경제정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민간은 물론 공공부문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신성장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미래 먹거리 기반을 확충해나갈 것이다. 가계부채가 가계소득 증가분을 추월하지 못하도록 가계부채 총량관리 대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 채무변제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데도 무리하게 소멸시효만 연장하는 이른바 ‘좀비채권’을 사실상의 채무면제 조치를 통해 소멸시킴으로써 희망을 잃었던 서민들이 정상 신용자로서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게끔 제도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탄핵이 결정되면 인수위 없이 바로 다음 정부가 출범해야 한다. 대선 기간 중에 예비 내각을 발표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면 국가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저에게 쏠린 국민의 기대도 국정운영의 경험을 갖춘 가장 준비된 후보라는 믿음 때문이라 생각한다. ‘예비 내각’의 구성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당의 공식 후보가 된 후 지도부와 협의하고 국민들로부터 널리 추천을 받아 준비해나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킨 새누리당은 해체의 길을 가야한다고 보는가 아니면 여전히 국정 파트너로 보는가. “지금 여권 정당들과 대연정을 말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헌법유린,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는 정당이고 지금까지 오랜 우리 적폐들을 만들어 온 정치세력이라고 생각한다. 통렬하게 반성해서 개혁적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권교체를 한다면 그런 야당하고도 함께 협치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권 정당에 개인적으로는 함께 할 수 있을 만한 좋은 분들 여럿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은 우리가 적폐청산, 국가 대개조 이런 대의에 뜻을 함께 한다면 얼마든지 함께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탕평책을 말하면서 호남총리도 이야기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제가 호남 총리를 말한 적은 없고 총리는 탕평,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하겠다고 했다. 보수와 진보, 지금은 다 의미 없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선거에서 여러 지역에서 고르게 지지받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인사에서도 확실하게 탕평을 통해 지역 간 통합을 이뤄내겠다.” -탄핵이 인용이 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권좌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벌을 받았으므로, 국가적 위신이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정치적인 사면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빅 대통령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것이 법치주의다. 대통령도 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박 대통령에 대한 처벌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지만, 잘못이 있다면 책임과 처벌이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최근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출마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황 총리는 국민에게 벌을 자청해도 부족할 박근혜 정권의 공동 책임자다.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엄중한 상황에서 국정위기를 수습해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런 황교안 총리가 정권연장을 위해 나선다면 국민들이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20%를 돌파하면서 추격하고 있다.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당의 외연이 더욱 확장되고 정권교체에 대한 확신도 단단해 질 것이다. 충남을 넘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차세대 지도자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김종인 전 대표가 최근 안희정 지사에게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초기 모습이 보이고, 노 전 대통령 말기 모습에서 문 전 대표가 보인다는 말을 전했다. "아주 좋은 말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을 한번 더 한다면 얼마나 잘하겠느냐.국정경험을 다 갖춘 노무현 같다, 그런 말씀으로 들리더라.-오늘 갤럽 조사결과 보면 다른 지역은 모두 문 전 대표가 1위했는데, 충청도는 안 지사가 1위를 했다. “저는 충청도민들의 충청대망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박정희 정권 이후 정권들이 한결 같이 불균형 성장전략을 취했다. 어떤 지역은 성장 혜택을 받고 어떤 지역은 소외됐다. 지금은 안 지사와 제가 경쟁하고 있지만 본선에서는 그 지지가 함께 모아져서 정권을 교체해 낼 수 있는 밑받침이 될 것이다.” -'대세'라고 하지만 지지율이 30% 내외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박스권에 갇혔다’, ‘확장성이 약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이 두려운 사람들의 해묵은 논리다. 지지율 20%대일 때도 똑같은 말들이 나왔다. 우리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이 50%를 훌쩍 넘기고 있다. 민심은 이미 정권교체를 결정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7일 서울 마포구 상수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정완주 정치부장(왼쪽) 등 아시아경제 정치부 기자들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리=황진영·홍유라 기자 you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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