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민 국제부장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린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애틀랜타 팰콘스간 미국 프로풋볼(NFL) 결승전 의 평균 시청자수는 1억 1130만 명이었다. 이중에는 패트리어츠의 팬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포함됐다. 휴가 중이던 그는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TV로 경기를 즐겼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애국을 의미하는 패트리어츠의 우승에 감격하며 트위터에 축하 메시지도 올렸다.하지만 그가 마냥 이번 경기를 즐겼을 것 같지는 않다. 이날 경기보다도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여성 팝가수 레이디 가가의 하프타임 공연이 예정됐었기 때문이다. 가가는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직후에는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1인 시위도 벌였다. 1억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보는 이날 공연에서 마돈나와 함께 여성들의 반(反) 트럼프 최전선에 선 가가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 할 경우 미국의 분열은 더 커질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가가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면 당연히 트럼프 트위터의 희생양이 됐을 게다.따지고 보면 가가와 트럼프는 공통점이 있다. 음악계에 혜성이 등장해 엄청난 인기와 인지도를 형성한 가가도 전세계 곳곳에서 트럼프 처럼 아웃사이더 취급을 당했다. 파격적인 패션과 성적소수자를 지지하는 노래 가사는 가가를 배척 대상으로 만들었다. 이슬람 권인 인도네시아에서는 공연이 취소됐고 내한공연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벌어졌다. 과거 논란의 대상이 됐던 가가는 이날 노래로 미국인들을 일깨웠다. 가가는 공연 시작과 함께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America)와 '이 땅은 너의 땅'(This land is your land) 두 곡을 연이어 불렀다. 그녀는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를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땅은 너의 땅'을 연결시켜 화합을 시도했다(이 땅은 너의 땅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도 불렸을 만큼 제2의 미국 국가로 불린다). 그리고 무대위로 뛰어 내려 성적소수자들을 옹호한 '이렇게 태어났다'(Born this way)를 불렀다. 그리고 화려한 퍼포먼스와 가창력으로 현장의 관중과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반(反)이민 행정명령으로 미국을 분열시키려는 트럼프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그녀가 음악으로 보내려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이 인식했을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는 자신의 뜻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반 이민 행정명령 대신 새행정명령을 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땅은 너의 땅'의 진정한 의미를 인식하기에는 4년임기도 부족해 보인다.백종민 국제부장 cinqang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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