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영상단지 매각 결국 '주민소송'……'신세계 사업시행자 선정 무효'

신세계 컨소시엄, 외투법 악용해 사업시행자 선정됐는지가 쟁점…청구인단, 시의회 매각 의결 절차도 지적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신세계 복합쇼핑몰 입점으로 논란이 된 경기도 부천시의 영상문화산업단지 개발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부천시민들이 지난해 경기도에 주민감사를 청구한데 이어 주민소송을 제기, 신세계측에 사업 부지를 매각하는 것에 반대하고 나섰다. 만화가 박성철씨 등 시민 29명으로 구성된 소송인단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천영상문화산업단지 복합개발사업 시행자로 신세계컨소시엄을 선정한 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하는 주민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송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정도'의 양창영 변호사 등을 선임, 기자회견 후 인천지법에 소장을 접수했다.소송의 쟁점은 부천시와 신세계컨소시엄간 영상단지 토지매매계약의 근거가 된 외국인투자촉진법(외투법)의 준수 여부가 될 전망이다.소송인단에 따르면 사업공모 지침에 '사업신청자 및 컨소시엄 출자자 중 외국인의 경우 관련서류의 신빙성을 보증하기 위해 자국법에 의한 관계기관에서 발급한 해당 증빙서류, 기타 공증이 필요한 증빙서류 등을 제출해야 한다'고 돼 있으나 신세계 컨소시엄의 외국인 출자자인 리코주니퍼의 신용평가서나 법인등록증이 제출되지 않았다.소송인단은 "리코주니퍼가 지분 40%를 출자하는 것처럼, 즉 외국인투자가 확정된 것처럼 해 컨소시엄 확약서를 부천시에 제출하고 사업신청을 했지만 리코주니퍼의 국내투자기록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사업신청 당시 제출한 컨소시엄 대표자 선임서에 리코주니퍼의 대표자 서명이나 날인도 없었다"고 주장했다.이들은 또 "신세계컨소시엄이 사업신청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사업시행자로 선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한 것 뿐만 아니라 법령에도 위반돼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부천시의 신세계컨소시엄 사업시행자 선정은 무효"라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부천시는 "통상 공모 당시에는 사업이 확정되지 않아 외국인 투자기업이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하고 사업자로 지정되면 그때 산업통상부에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등록한다"며 "컨소시엄은 이런 절차를 이행해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소송인단은 또 예비적 청구내용으로 이 사업과 관련해 도시관리계획 이전에 공유재산 의결을 받은 행위가 하자가 있음을 지적했다.시의회 의결과 용도지역 변경을 위한 도시관리계획은 이 사업의 개발사업 및 사업시행자 선정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인데도 용도변경을 거치지 않은 채 시의회가 매각을 위한 의결을 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부천시는 지난해 6월 영상문화산업단지 민간 개발사업을 공고했고, 같은 해 10월 신세계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컨소시엄의 자본은 신세계프라퍼티 50%, 신세계 10%, 싱가포르 투자청의 투자기업 '리코 주니퍼' 40%로 구성됐다.주민소송에 앞서 소송인단에 참여한 일부 청구인은 지난해 8월 경기도에 주민감사를 청구했으나 경기도는 "행정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린바 있다.부천시는 지난해 5월 시의회 의결을 거쳐 상동영상단지 7만6034㎡를 상업용지 30%(2만3140㎡)와 준주거용지 70%(5만2894㎡)로 용도변경해 신세계 컨소시엄에 330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그러나 청구인들은 상업용지로 100% 전환해 매각하면 1338억원을 더 받을 수 있는데 부천시가 신세계 컨소시엄에 싼값에 팔려 한다며 반발해왔다.한편 매각 토지에는 당초 신세계의 대형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상권위축을 우려하는 인천시와 소상공인들의 반발에 부딪쳐 유통시설을 대규모 축소하는 방향에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부천시와 신세계컨소시엄은 지난달 영상문화단지 내 쇼핑·상업단지 조성규모를 7만6034㎡에서 3만7000㎡로 줄이고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복합쇼핑몰 건립을 제외하는 내용의 사업계획 변경 협약을 맺었다.신세계 측은 2∼3월 시와 부지 매매계약을 맺고 실시설계를 거쳐 이르면 올해 말 백화점 신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단지는 상업용지 62%와 준주거지 38%로 구성되고, 매각 가격은 2300억원 정도다. 신세계컨소시엄은 단지 내 도로와 녹지공간을 만들고 웹툰창조센터를 건립해 시에 모두 기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접 지자체인 인천시와 지역 소상공인들은 "재벌의 복합쇼핑몰 입점반대 여론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부천시에 사업 백지화를 요구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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