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은의 스마트닥터] 치주질환, 잇몸 치료제는 쓰레기 더미에 향수 뿌리는 격…자가 판단 말고 인근 치과 찾아야
“가끔 양치할 때 피가 나곤 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 얼마 전부터는 잇몸이 붓고 통증이 있더라고요.” 잇몸이 붓고 피가 나며 통증이 느껴진다는 것은 이미 치주질환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고 봐야 합니다. 이때는 아무리 양치질을 열심히 해도 증상이 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치과 검진을 통해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죠. 정기적으로 스케일링 등 치과 치료를 권하는 것도 치주질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와는 다른 직접적인 통증이나 증상이 있을 때야 비로소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치과를 찾습니다. 전철진 김해 애플치과의원 원장은 “스스로의 판단은 금물”이며 “붓고 흔들릴 땐 이미 늦었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 건강한 치아와 잇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관리를 하는 게 좋을까요. 효과적인 치주질환 예방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 '충치'보다 무서운 게 '풍치'라던데, 정확히 무엇인가요.▲ 풍치는 한자로 바람 풍(風), 이 치(齒)로 ‘바람이 들어 뿌리가 병든다’는 뜻을 의미합니다. 즉 치주질환 또는 잇몸질환을 풍치라고 하죠. 흔히 풍치라고 불리는 잇몸병은 정도에 따라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나뉩니다. 두 질환을 쉽게 설명하자면, 치아와 잇몸의 경계부에는 치은열구(齒裂溝)라는 V자 모양의 작은 틈이 있어요.통상적으로 치은열구의 틈은 2~3mm를 정상으로 보지만, 이물질(음식물 등)이 들어가 방치되면 틈이 벌어지고 이곳으로 세균이 침투하면 치주질환이 발생합니다. 이때 침투된 세균이 잇몸, 즉 치은을 공격해 염증이 생기거나 잇몸이 붓고 피가 나 통증을 느끼게 되는 상태를 치은염이라고 하고요. 치주염은 치은염의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치아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 치조골(잇몸뼈)까지 진행된 상태를 뜻하죠.
이미지 출처 = 이라스토야닷컴
- 증상이 궁금하네요.▲ 치은염은 잇몸의 염증으로 일반적인 염증의 증상과 같이 잇몸이 부어오르고 양치를 할 때 출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잇몸에만 국한된 염증으로 초기에 칫솔질만 꼼꼼히 잘해도 회복이 빨라요. 반면 치주염이 진행된 경우에는 음식물을 씹을 때 통증을 느끼게 되고 구취 또는 고름이 날 수 있어요. 간혹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는데, 치료 시기를 놓치고 심해지면 치아 내 신경조직(치수)에 감염이 일어나 발생하는 염증인 ‘치수염’이 동반돼 음식물을 씹지 않아도 통증을 느끼게 되고 치아가 저절로 빠지기로 합니다.- 치주질환의 원인으로 치석 외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요?▲ 물론 치석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치석은 흔히 말하는 플라그(Plaque)라는 세균막의 원인으로, 플라그가 제거되지 않고 단단해진 상태를 일컫는데요. 이런 플라그를 계속 방치하게 되면 염증 반응을 일으키게 되고 치은염, 치주염을 유발하는 것입니다.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세균에만 집중하며 ‘양치만 잘하면 모든 게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어요. 바로 ‘교합(윗니와 아랫니의 맞물림)’인데요. 치아는 어떤 힘을 받으면 이동하는 성질이 있어요. 음식을 먹을 때 세게 씹거나 질기고 딱딱한 음식을 많이 먹는 경우, 그리고 선천적 또는 후천적 요인에 의해 생긴 부정교합은 빠른 치아 마모를 불러와 치주질환위험을 가중시킵니다.다시 말해 교합력(씹는 힘)과 부정교합이 고른 치열을 어지럽히거나 치골조까지 손상시켜 다양한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치주질환은 치석이 쌓여 있을 때 교합 문제까지 더해지면 더 빨리 악화됩니다. 교합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서 치석만 쌓여있는 경우 아무런 질환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잇몸 치료제가 도움이 되나요.▲ 쓰레기 더미에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아요. 우리나라 잇몸치료제 시장 1위를 장악하던 유명 제약회사의 잇몸 치료제도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없다고 밝혀진 바 있습니다. 이 회사가 그동안 누리던 전성기는 아마 소비자들의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에 따른 것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시중에 잇몸 치료제로 판매되는 약의 성분을 보면 치료제가 아닌 보조제에 가까워요.병원에서 처방하는 약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증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뿐, 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없어요. 그간 축적되어 온 잘못된 습관을 약이 단번에 해결해 줄 것이란 신기루 같은 희망은 버려야 합니다. 식습관, 양치 등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에요. 굳이 보조제를 먹어야겠다면 잇몸 영양제 역할을 하는 비타민C나 혈액순환을 돕는 오메가3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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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절한 치료법은 없나요.▲ 치은염의 경우는 꼼꼼한 칫솔질만으로도 자연적으로 회복이 가능하며 스케일링(scaling)도 아주 효과적입니다. 치주염은 잇몸 속의 비정상 물질(세균성 치석 등)을 깨끗이 제거하고 다시 잇몸을 봉합하는 과정을 거쳐요. 결국 치과에서는 세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놓는 역할을 할 뿐이며, 환자 본인의 세심한 관리와 노력이 건강한 치아와 잇몸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단, 치아나 치조골 등의 경조직은 연조직과는 달리 한 번 소실되면 다시 재생되기 어렵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따라서 6개월~1년 간격으로 전문가를 찾아 지속적인 점검 및 관리가 필요해요. - 평소 생활 습관이 중요할 것 같아요.▲ 올바른 칫솔질, 잇몸질환에 나쁜 음식 등 다양한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올바른 방법을 정의할 순 없습니다. 잇몸질환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이물질 제거를 위해서는 칫솔이 아니라 이쑤시개, 치실, 나무막대를 이용해서라도 일차적으로 끼어있는 이물질을 제거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또한 견과류와 같이 딱딱한 음식은 치아에 균열을 만들 수 있지만 우리 몸에는 좋기 때문에 무조건 피해야 할 음식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평소 식사 후나 취침 전 양치질을 생활화하고,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이용해 칫솔이 닿지 않는 부위까지 깨끗하게 닦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딱딱한 음식은 너무 자주 먹지 않도록 하며, 먹을 땐 부드럽게 씹고 양쪽 골고루 씹는 것이 좋아요.
전철진 김해 애플치과의원 원장
김신은 기자 kse@leaders.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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