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동남아시아에서 고속철 사업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맞붙는다.니혼게이자이 신문은 6일 태국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양국의 수도를 연결하는 총 연장 1500km의 고속철 프로젝트에 대한 협의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아르콤 템피타야파이싯 태국 교통부 장관은 이날 닛케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 측 협상 파트너와 조만간 만날 예정"이라며 "우리는 '중국 혹은(or) 일본' 또는 '중국과(and) 일본' 등 외국계 자본을 어떻게 참여시킬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는 현재까지는 중국에 좀 더 우호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방콕과 쿠알라룸푸르를 잇는 이번 노선은 중국 남부 윈난성 쿤밍에서 출발해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를 거쳐 싱가포르까지 닿는 3000km 고속철 구축 사업 중 가장 긴 철로다.지난 1995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담에서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제창한 아시아 횡단 철도망 구상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아르콤 장관은 "아세안 국가는 고속철을 매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며 "항공로와 달리 고속철은 철로를 따라 각 나라의 국력 증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 고속철 구축 사업도[출처=니혼게이자이 신문]
중국과 일본은 방콕~쿠알라룸푸르 외에도 동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 간 고속철 사업인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350km) 철로를 놓고도 경쟁을 하고 있다. 앞서 방콕~치앙마이(670km)와 방콕~농카이(870km)를 각각 잇는 고속철 사업은 일본과 중국이 한 건씩 수주했다.이처럼 동남아시아 고속철 인프라 건설을 놓고 잇따라 '큰 장'이 서고 있지만 정작 사업 추진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기본적으로 차관 금리와 공사 비용 산정을 둘러싼 이해 당사국 간 이견이 커 협상 진전이 힘들기 때문이다.게다가 고속철 수주 경쟁 우위에 있는 일본은 기술력을, 중국을 자본력을 앞세워 입찰에 참여하고 있으나 발주 국가에서는 일본에는 과도한 비용을 이유로, 중국에는 경제 주도권 쟁탈 우려를 빌미로 협상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일례로 일본이 공사를 따낸 방콕~치앙마이 철로의 경우 신칸센을 포함한 건설 비용이 5000억바트(약 16조2500억원)에 달하는 반면 중국이 수주한 방콕~농카이 노선은 길이가 200여km 더 길지만 비용은 3790억바트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됐다.아르콤 장관은 "일본이 프로젝트에 합작 형태로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중국의 기타 개발권 보상 등 각종 요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전했다.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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