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현수막에서 실명이 사라진 까닭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이맘때면 전국 고등학교 정문에는 대학입시 합격 현수막이 내걸린다. 올해도 졸업 시즌을 맞아 ‘명문대’ 합격 현수막이 학교와 학원가 주변을 장식하고 있다.그러나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합격 현수막에서 학생의 실명이 사라졌다. 고등학교들은 대부분 A대학 3명, B대학 4명하는 식으로 ‘명문대’ 입학생 수만 게시하고, 학원들은 ‘학원생 김○○ C대 경영학부 합격’, ‘박○○ D대 사회과학계열 17학번 합격’하는 식으로 학생들의 이름을 가린 채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서울시교육청은 관련 조례에 따라 학원이 합격생의 실명을 밝히려면 학부모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했다. 그렇지 않으면 벌점을 매긴다. 벌점이 누적되면 행정처분을 한다.또 선행학습을 유도하거나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판단되면 현수막을 걸지 못하도록 행정지도를 할 수 있다.학교에는 제한 규정이 없다. 다만 학생들 간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일자 학교들이 자발적으로 합격 현수막을 걸지 않거나 현수막을 붙이더라도 합격 인원 정도만 알리고 있다.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 합격 현수막이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학원의 특정학교 합격 홍보물에 대해 학벌 차별 문화를 조성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교육감들에게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시민단체들은 인원수만 기재하거나 가명처리를 하더라도 합격 현수막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송화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팀장은 “합격 현수막은 ‘명문대’에 합격하지 못한 대다수 학생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나쁜 현수막’이다”라며 “현수막을 걸 것이 아니라 학생들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학교가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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