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맞는 이광구 우리은행장, 숫자로 설득하는 뼛속까지 '은행맨'

이광구 우리은행장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오직 숫자만으로 상대를 설득한다."우리은행의 민영화 이후 첫 행장으로 내정된 이광구(60) 현 행장이 주재하는 회의에는 실무진이 미리 준비하는 소위 '말씀자료'가 없다. 스토리나 흐름을 만들어 적어놓은 스크립트없이도 그는 오직 화면에 숫자만 띄워놓고 전체 회의를 이끌어간다. 그의 머릿속에 숫자가 모두 입력돼 있고, 숫자에 밝지 않은 이상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우리은행 임원들은 이 행장에게 보고를 하기 전에 수치를 몇번씩 체크하고 들어간다. 숫자가 조금이라도 틀리면 그날은 말 그대로 "박살이 나는 날"이다. 그가 행장 자리에 오르고 나서 지난 2년간의 그의 경영 리더십을 지켜본 우리은행 내부평가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오직 숫자로 승부한다"는 것이다.우리은행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것도 바로 그의 '숫자력(數字力)'이다.이 행장은 지난해 2월 중순부터 3차례의 기업설명(IR)을 통해 해외투자자들을 만났다. 지난해 2월 1차 IR에서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의 연기금 등 31개 투자자를 만났고, 5월에는 미국 뉴욕, 보스톤, 워싱턴, 필라델피아에서 기관 투자자 10곳, 6월에는 일본의 연기금 대형자산운용사 6곳을 방문해 우리은행의 실적개선 현황과 핀테크, 글로벌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이 행장은 달변가가 아니다. 하지만 직접 발로 찾아가 정확한 수치에 입각한 프리젠테이션을 담백하게 해내며 투자자들과 고객들에게 오히려 더 큰 신뢰감을 갖게 만든다고 한다. 은행장이 IR을 직접 다닌다는 것도 금융권 안팎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좋지 않은 평가를 내는 애널리스트 개개인을 일일이 찾아가 수치를 보여주면서 설득하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이 행장은 지난해 국내외 신용평가기관을 대상으로 우리은행의 자산 건전성 등을 설명하는 IR미팅을 지속적으로 실시했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지난해 8월 우리은행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상향시켰다.그는 오직 숫자와 추진력으로 '정면돌파'하는 뼛속까지 은행맨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행장은 지난해 말 우리은행의 오랜 숙원사업이던 민영화를 성공시켰고, 2014년 4000억원대였던 당기순이익을 1조원대로 늘려 '1조클럽'에도 가입시켰다.이제 민영화된 우리은행의 새로운 2년을 이끌 이 행장의 앞에는 또 다른 과제가 놓였다.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알짜 계열사'를 만들어 내야한다. 이 행장은 차기 행장 면접 최종 인터뷰에서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빅데이터 활용, 동남아시아 진출 등을 통해 우리은행을 2020년까지 아시아 10대 은행, 글로벌 50대 은행에 포함되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연임 결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추진해 우리은행을 금융지주로 재탄생 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은 과점주주들에 의한 집단 경영이라는 새로운 지배구조의 시험대"라며 "사외이사들과 긴밀하게 의견을 교환하면서 더 새롭고 강한 은행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면 이른 시일 내에 지주사로 전환해 수익 포트폴리오를 완성시켰으면 한다"며 "캐피탈, 부동산관리회사 같은 작은 규모의 회사부터 인수합병(M&A)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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