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소름·자괴감·배신감'…탄핵심판 증인 폭탄발언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문제원 기자]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23일 변론에서 작심한 듯 폭탄발언을 쏟아냈다.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차관과 차 전 단장은 각각 '체육계 대통령', '문화계 황태자' 등으로 불리며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위세를 등에 업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이권과 인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차관은 검찰 조사 초기 혐의를 부인하며 거짓 진술로 일관했고, 이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장에 나와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경위 등에 대해 위증했지만 특검 수사 과정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기존의 진술을 뒤집었다. 증인들은 이날 '충격', '소름', '자괴감', '배신감' 등의 표현을 써가며 '국정농단' 당시 상황과 지금의 감정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문화ㆍ스포츠계에 걸쳐 있는 최씨의 영향력, 각종 이권에 직ㆍ간접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된 정황과 의혹을 증언했다. 최씨 주변에서 '골든벨'로 불린 김 전 차관은 검찰 조사 초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최씨를 소개받았다고 진술했지만 이날 최씨를 소개한 당사자가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라는 사실을 밝혔다. 하 교수는 최씨와 친분이 두텁고,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대리 수강'을 기획한 혐의로 특검의 소환 조사를 받기도 한 인물이다. 김 전 차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정유라씨에 대한 말씀을 들어서 충격적으로 받아드렸다"고 했다. 그는 "정씨처럼 끼가 있고 능력 있는, 재능 있는 선수를 위해 영재 프로그램 등을 만들라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김 전 차관은 또 최씨로부터 공기업 스포츠팀을 창단해 자신의 회사인 더블루K와 계약하도록 요청을 받았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중간에서 거간꾼 노릇을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최씨 생각은 청와대와 교감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도 했다. 차 전 단장은 정부 인사에 최씨가 깊숙이 개입하는 등 실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최씨의 추천으로 청와대에 입성했고,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은 물론 여러 문화계 인사들을 최씨의 요구에 의해 본인이 추천했다고 증언했다. 미르재단은 최씨가 주도했고, 참여 과정에서 최씨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도 인지했다고 시인했다. 최씨가 차명폰을 통해 박 대통령과 통화하는 장면을 빈번히 목격했고, 최씨의 얘기가 일정 시점 대통령을 통해 실현되는 구조에 대해서는 '소름끼친다'고 표현했다. 차 전 단장은 "더 이상 수치스러워지지 않겠다"며 '가족과의 약속'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 부회장 역시 "위증죄로 처벌받는 것보다 청와대의 요청이 무서웠기 때문이냐"는 재판관의 질문에 '그렇다'며, 재단 출연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에서 "대기업의 자발적인 참여였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이후 특검 조사과정에서 말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거짓 진술에는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도 밝혔다.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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