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바스텐 FIFA 기술개발위원장, “더 많은 골 가능” 주장
마르코 판 바스텐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개발위원장은 지난 20일(한국시간) 독일 스포츠 매체 슈포트빌트(Sport Bild)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축구 혁신을 위해 몇 가지 새로운 규정 변화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 중 가장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분은 ‘오프사이드 폐지안’이다. 판 바스텐은 "현재 오프사이드 규정 때문에 대부분의 팀이 수비지향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공격을 시도하기보다는 속공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프사이드 규정이 없다면 공격수들은 상대팀의 수비라인 뒤에서부터 공격할 수 있으므로 지금보다 더 다양한 공격루트가 만들어질 것이며 더 많은 골이 날 수 있다”며 오프사이드의 폐지가 아름다운 축구를 위해 충분히 검토될 만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오프사이드 폐지 검토 발언은 순식간에 축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됐다. 현대축구의 모든 공격 및 수비 전술이 오프사이드 라인 구축과 파괴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많은 축구인과 축구팬들에게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더구나 이러한 주장이 클럽의 감독이나 선수가 아니라 세계축구 규정을 바꿀 수도 있는 FIFA의 기술개발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에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많은 국내외 언론이 앞 다퉈 세계적인 감독들과 국내 축구인들의 찬반 입장을 보도하고 있다. 대부분은 오프사이드 폐지에 대해 반대하고 있으며 FIFA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축구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바이에른 뮌헨: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바이에른 뮌헨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프사이드 폐지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했다. 그는 “이미 지난 달 판 바스텐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축구에서 오프사이드 규정이 없어진다면 축구는 아예 다른 스포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축구에 대한 판 바스텐의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존중하지만 오프사이드를 폐지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태도를 분명히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오프사이드 폐지 등 새로운 규정들이 도입돼도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 것이며 다음 감독 세대들이 마주하게 될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막스 에벨 단장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의 막스 에벨 단장 또한 “FIFA가 좋은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실제로 이런 생각들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오프사이드 폐지와 같이 축구에 있어 너무나도 중요한 규정에 대한 변화는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판 바스텐의 이번 발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오프사이드 없는 축구란 절대 상상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 RB 라이프치히: 랄프 하젠휘틀 감독요즘 분데스리가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RB 라이프치히의 하젠휘틀 감독 또한 "오프사이드 폐지 검토는 FIFA의 잘못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축구의 굉장히 많은 전술이 오프사이드 규정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오프사이드가 폐지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축구라는 경기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함부르크 SV: 마르쿠스 기스돌 감독함부르크 SV의 기스돌 감독은 “나 또한 축구에 있어 항상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려고 노력하는 괴짜 중 하나”라면서도 “FIFA의 오프사이드 폐지 검토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오프사이드는 축구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이 되는 규정으로 축구 경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라고 했다. 더불어, 축구라는 종목이 지금의 시스템으로 국가 최고 인기 종목이 됐고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스포츠가 된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며 이대로 보존하는 것도 모든 축구인의 소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판 바스텐의) 이번 발언이 아주 걱정스럽고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SC프라이부르크의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감독, 마인츠05의 마틴 슈미트 감독 등도 오프사이드 폐지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다. 반면, 평소 새로운 규정의 도입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TSG호펜하임의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FIFA의 새로운 시도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도 오프사이드 폐지안에 대래서는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독일 언론의 논조는 일반적으로 판 바스텐의 제안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축구 본연의 모습을 지켜야 한다”는 방향으로 일치된 모습이다. * 오프사이드 폐지가 불러올 현상들축구계는 오프사이드 폐지안에 대해 왜 이렇게 심하게 우려하는 것일까? 그 배경은 여러 가지다. 우선, 오프사이드의 폐지는 안첼로티 감독이 걱정하는 대로 축구를 현재까지와는 아예 다른 모습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포메이션과 경기 전술은 대부분 효율적인 오프사이드 라인 파괴 및 구축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밀한 패스 플레이, 빠른 공수전환, 화려한 팀플레이 등은 오프사이드가 폐지된다면 볼 수 없을 장면들이다. 왜냐하면 오프사이드가 없을 경우 자기 진영과 상대방 진영에 공격 및 수비 선수들을 반반씩 배치하고 긴 볼로 한 번에 연결하는 것이 골을 만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킥 앤드 러시’가 전술이 득세할 것이며 축구장에서 우리를 감탄하게 하는 테크니션과 패서들은 사라지고 빠르고 키가 크고 힘이 센 선수들만 남을 것이다. 경기에 박진감이 있을지는 몰라도 세련미는 기대하기 어렵다.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며 상대 공격수들을 압박하거나 공격과 수비의 간격을 좁힌 채 치열하게 전개되는 중원싸움도 볼 수 없을 것이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인지만 축구에서 오프사이드가 폐지된다면 배구처럼 하프라인에 네트를 설치해도 경기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또한 선수들의 체력소모가 더 커져 부상의 위험이 높아지고 경기의 질이 크게 낮아질 것이다. 오프사이드의 폐지는 공수 간격을 넓혀 경기장의 더 많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공격수들은 공을 받기 위해 빈 공간을 찾아 끊임없이 침투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두 번의 결정적인 라인 침투로 골을 노렸다면 이제는 90분 내내 빈 공간을 찾아 뛰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소모는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다. 수비수들 또한 협력에 의한 지역방어 대신 대인방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소모는 마찬가지로 크다. 이런 경기를 하려면 교체 선수의 수를 늘리는 등 추가적인 규정 변경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오프사이드의 폐지는 향후 몇 년간 축구 감독들과 선수들에게 큰 혼란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로 인한 논란과 판정시비는 세계 최고의 인기 종목인 축구에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아직 먼 얘기일 수도 있으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변화의 바람은 미풍처럼 시작되지만 이내 폭풍우로 바뀐다. 몇 년 뒤, 우리는 실제로 오프사이드가 없는 축구를 지켜봐야 할지 모른다. 그러므로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경기를 할 때마다, 대회를 열 때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오프사이드 논란을 잠재울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도입도 그 중의 하나다. 강한길 객원기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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