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이모, 미소지은 조카

<strong>최순실-장시호, 법정 첫 대면</strong>

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장시호 위에 최순실이 있다고 확인된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최순실과 무관하게 장시호 위주로 운영됐다고 하는 것은…"  검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부와 변호인석을 향해 이렇게 주장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사진 오른쪽)와 조카 장시호씨(사진 왼쪽) 등의 공판에서다.  최씨 등이 공모해 삼성 등 기업들에 영재센터에 대한 후원을 강요한 혐의에 대한 변론이 진행 중이었다. 영재센터는 최씨와 장씨가 사실상 공동소유한 '이권기관'이다. 검사의 주장은 계속됐다.  "(앞으로) 검찰은 최순실이 말하는 것과 달리 최순실의 오더에 따라 여러 결정이 이뤄졌다는 것을 입증하겠습니다."  장씨는 이런 주장이 이어지는 내내 검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검사석에 앉은 다른 검사들은 그런 장씨를 무심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장씨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계속 고개를 끄덕였고, 검사석을 향해 엷은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최씨는 조카가 그러는 동안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검사의 주장을 듣거나 변호인과 몇 마디 나누기를 반복했다. 검사의 주장에 앞서 최씨 변호인은 검찰 수사기록 등을 근거삼아 "장씨가 영재센터의 실질적인 오너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씨는 장씨가 영재센터의 주인이었다고 몰아가야 죄를 덜 수 있고, 장씨는 최씨가 사실상의 주인이었다고 몰아가야 죄를 덜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씨가 검사를 향해 고갯짓을 하고 미소를 지은 건, 한 때 '국정농단'의 중심에서 이익을 공유한 이모와 조카가 형사처벌이란 위기 앞에서 책임을 줄이기 위해 등을 돌린 웃지못할 현실의 단면이다.  수 개월 만에 법정에서 마주친 최씨와 장씨는 법정에 드나들 때도 변론 진행 중에도 서로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장씨는 지난 5일 자신이 보관 중이던 최씨 소유 '제2의 태블릿PC'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제출하며 최씨를 궁지로 몰기까지 했다.  한편 삼성은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그룹 프로스포츠단을 총괄하는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을 통해 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했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김 사장을 증인으로 불러 후원 경위 등을 신문하기로 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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