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성기호 기자] 10년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2일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에 감사한다. 이 은혜를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바치겠다"며 대권 의지를 명확히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권 교체가 아닌 정치 교체를 이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을 옛 여권 인사로 치부하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여야 정권 교체가 아닌 정치 교체란 새로운 프레임을 꺼내든 것이다. 그는 "분열된 나라를 통합할 의사가 있다"면서 "내 진정성을 짓밟는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 분열을 치유할 해법을 모색해야한다. 젊은이의 미래 길잡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또 "지역·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지도자의 중요성을 깨닫고, 우리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도 말했다. 반 전 총장은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을 개탄하면서도 비관적 상황은 아니라고 자위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가 이룩한 국제적 위상 뒤에 그만큼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누워있는 것을 느꼈다"면서 "나라는 갈갈이 찢어지고 경제는 활력을 잃고 사회는 부정으로 얼룩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이의 꿈은 꺾이고 폐습은 일상처럼 우리 곁에 버티고 있어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 국민이 과거에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특유의 저력을 발휘하는 걸 지켜봤다. 국민의 애국심을 믿는다”고 말했다.'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탄핵 정국에 대해선 “현재 상황은 비관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런 정쟁을 중단하고 특유의 애국심을 발휘한다면 새벽의 태양이 어둠을 뚫고 솟아나듯이 붉은 새 아침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용기를 잃지 말라"며 "하나가 될 수 있다.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게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에 대해선 간단한 해명만 내놓았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왜 내 이름이 거론되는지 모르겠다. 양심에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대선 출마 직전 국내 거주 기간에 따른 후보 자격 유무에 대한 유권해석과 유엔 사무총장 퇴임 직후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는 다소 거친 반응도 내비쳤다. 그는 "이런 질문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중앙선관위가 이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문제"라며 "'유엔 협약'이 선출직의 정치 행보를 막는 조항은 아니며 (내가) 아직 출마를 발표한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자신의 태도에 대해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정부의 노력을 환영한 것이지, 합의 내용 자체를 환영한 건 아니었다"며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다만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恨)을 풀어줄 정도의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반 전 총장의 귀국 메시지는 다양한 외교 현안과 국내 정치에 대해 해법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를 들었다. 반 전 총장은 위안부 합의 이행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불거진 한일, 한중 간 갈등에 대해선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우리 경제와 안보, 통상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북핵 문제를 비롯해 미·러·일·중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서 여기에 따른 대책을 우리가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민생이 흔들리는 발전은 의미가 없다" "젊은이가 희망과 자신감을 갖고 미래의 진정한 지도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반 전 총장의 발언들은 수사적 어휘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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