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치권이 내년 2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내년 추경 편성이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지는 것은 물론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통화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향후 정책 조합이 어떻게 이뤄질 지 주목된다.◆국회發 '추경 편성론' 확산=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 23일 당정협의에서 "예산 조기 집행만 갖고는 내년 경제 전망이 썩 희망적이지 않다"면서 "세수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고 경제는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추경도 내년 2월까지 편성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대책 등 필요성을 거론하며 "지금이라도 준비를 시작해 1분기에는 추경편성을 완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 내년 예산 집행에도 들어가지 않은 시점에서 추경 편성을 논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내년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 이상을 편성해둔 상황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추경편성 의향을 묻자 "내년 1분기가 지나봐야 그걸(경제지표를) 보고 판단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추경 편성을 비롯한 재정확대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당장 새해 초부터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내수부진은 더욱 깊어지고 수출환경도 나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새 행정부 출범과 함께 본격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치고, 추가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대외환경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 중반대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경기흐름을 지켜본 뒤 이 전망치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추경 카드를 끄집어낼 수 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성장률을 2.4%로 예상하면서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추경을 편성해 적극적으로 경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금리인하도 병행할까= 재정확대 요구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한계점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재원 마련 방안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정확보를 위해 국채를 발행할 여지가 많다. 올해는 예상외로 국채 발행 없이 세계잉여금과 초과세수를 활용해 11조원의 추경 재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내년 경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렵다.지난해 중앙·지방정부와 비금융공기업의 빚을 더한 공공부문 부채(D3)가 1년 전보다 9.0%(46조2000억원) 증가한 1003조5000억원에 달했다. 경상성장률은 3%대였지만 공공부문 부채는 이보다 3배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이 정부 들어서만 지난해까지 공공부문 부채는 182조4000억원이나 늘어났다. 향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예산 증가속도 등을 감안할 때 재정건전성에 대한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잦은 추경 편성으로 그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추경 편성이 경기부양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지고 불황이 구조화 된 상황에서는 소위 '약발'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영역이 커져서 정부가 활용할 정책수단이 그리 많지 않다"면서 "재정확대의 실효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무리한 추경 편성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재정확대만으로 경기를 살리려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금리인하 등 통화확대에 대한 논의도 다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는 상황이고,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진행될 경우 국내 금리인상 압력도 커지게 된다. 때문에 우리나라만 금리를 내리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있다. 실제 한국은행은 12월 금리를 동결했다.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를 따져 국내 금리를 낮출 여력이 있을 때에는 통화당국이 금리인하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더욱이 국내 대출금리가 빠른 속도로 올라갈 경우,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속도조절을 위해서라도 금리를 한 번 정도 낮추는 조치가 나올 수 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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