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詩] 내 속에 내가 마트로쉬카/김승희

 내 속에 내가 내 속에 내가 내 속에 내가 두 팔을 흔들며 두 다리를 바둥거리며 두 발을 차며 내 속에 내가 내 속에 내가 내 속에 내가 5피스짜리 마트로쉬카 내 속에 내가 내 속에 내가 내 속에 내가 바둥거리며 두 다리를 흔들며 두 발을 차며 볼링 핀처럼 우르르 쏟아지며 내 속에 내가 내 속에 내가 내 속에 내가 새벽에 고요한 시간에 내 속에 내가 내 속에 내가 내 속에 내가 내 속에 수원지가 터진 듯 울고 있는 손톱만 한 나 궁극의 초상이 5피스짜리 마트로쉬카 속에 속에 속에 속에 발버둥 치며 울며 고요히 도장 뚜껑처럼 딱 몸을 닫는 겨자씨만 한 나 
 다들 아는 바와 같이 마트로쉬카는 러시아의 전통 인형으로, 인형 속에 같은 모양의 작은 인형이 또 그 인형 속에 그보다 작지만 같은 모양의 또 다른 인형이 차례차례 들어 있다. 어쩌면 '나' 또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 나보다 조금 더 작지만 나와 같은 모양의 또 다른 내가 있고, 그 안에 또 조금 더 작지만 나와 같은 모양의 또 다른 내가 있고, 또 있고, 또 있고... 그래서 말인데, 다들 잠든 새벽에 문득 혼자 깨어 앉아 있다가 괜스레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울컥해 가만가만 울고 있을 때면, 어쩌면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어서, 그 또 다른 내가 내 안에서 울고 있어서 지금 내가 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내 안의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어서 아마 그런 듯도 하고. 이런 상태를 두고 구경적(究竟的)이라거나 본질적(本質的)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매정하여라. 시인은 그 끄트머리에는 "고요히 도장 뚜껑처럼 딱 몸을 닫"고 있는 "겨자씨만 한" 내가 있다고 적고 있다. 마치 마트로쉬카의 마지막 인형처럼. 혹은 달리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내 근원은 그러니까 온통 단단히 맺힌 울음이라고 말이다.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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