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强 달러 저주, 최악땐 국내 29조 유출

내년 미국 3차례 인상시사에 한미 금리역전 가능성외국인 보유 주식 470조·채권 90조원 중 5.21% 빠질수도유일호 부총리·이주열 한은 총재 긴급회동 대응책 논의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자본유출 우려로 정부는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시장 상황 모니터링에 나섰다.특히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11개월 만에 회동을 하면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할 방침이다.미 금리 인상의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무는 등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에 빠질 공산이 커 대책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일단 금융업계는 자본유출이 속도 면에서 급격한 양상을 보이지 않겠지만 시점의 문제일뿐 자본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자본유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상황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빈번하게 이뤄질 경우 자본시장에서만 최대 29조원이 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기획재정부에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 다변화에 따른 신흥국 자본 이동 분석' 보고서를 제출했다.이 보고서에서 분석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신흥국 자본유출 가능성을 보면 우선 미국 국채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보고서는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5bp(1bp=0.01%포인트) 상승 시 신흥국에서는 1.2% 규모로 자본유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실제 미국 금리 인상 이후 미국 국채는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난 14일 하루 동안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57%로 10bp 이상 급등하면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또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신흥국 기업들의 달러 부채는 1200억달러로 이 가운데 일부라도 연장에 실패하면 신흥시장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신현송 BIS 조사국장은 최근 “신흥국들은 달러 강세에다 선진국 채권 금리 상승, 자금유출이라는 도전해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위원은 “불안한 정책 컨트롤 타워,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급랭, 기업 구조조정 등 국내 경제 리스크가 미국의 금리 인상과 결합하면 과거와 달리 충격을 키울 수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본 유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다만 급격한 자본유출은 없을 것이란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내외 금리 차가 축소되더라도 현 단계에서는 대규모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민간부분의 외화유동성 사정이 풍부하고 우리 외환보유액도 부족하지 않아 대외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급격한 유출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문제는 미국이 내년에 3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0.25%포인트씩 세 번 올릴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1.25~1.50%로 높아지면서 우리와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자본유출 압박이 더욱 커지게 된다.이미 지난해 12월 미국이 9년 만에 금리를 올리면서 3개월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6조3340억원이 빠져나가기도 했다.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도 미국의 금리 인상이 빈번하게 이뤄질 경우 신흥국 자본유출 규모가 5.21%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기준 외국인 보유 상장주식은 469조9000억원, 채권 89조8000억원 등 559조7000억원으로 자본유출 시나리오상 5.21%를 단순 계산해도 자본유출 규모는 약 29조원에 육박하게 된다.이미 국내 자본 금융시장에서 외국 자본 이탈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외국인 증권투자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주식·채권시장에서 2조988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유출로 6개월 만에 순매도 전환했다.기재부 관계자는 "과도한 단기 대응 정책을 당장 내놓지 않겠지만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환율과 증시, 자본 이동, 금리 등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 문제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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