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가시화 따라 일정 앞당겨...사퇴 안 한 채 직무대행 체제로 경선 참여...이를 위해 연말 인사에서 부시장단 교체 안해 ....'지지율 열세는 충분히 극복 가능'
▲ 26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재벌해체! 중소상인저잣거리 만민공동회'에서 박원순시장이 연설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12일 밤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열린 '박원순과 국민권력시대' 집회. 추위를 견디기 위한 두꺼운 검은색 점퍼와 이제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짙은 분홍색 목도리를 두른 박 서울시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 5일부터 촛불집회에 부응하기 위해 주말을 제외한 매일 밤 개최한 '1인 집회+토크 콘서트'였다. SMS 사전 공지가 홍보의 전부여서 50여명의 시민들만 모였지만 박 시장의 목소리는 촛불집회에서 단련이 된 듯 예전에 비해 한결 힘차고 안정돼 보였다. 얼굴도 밤마다 찬바람을 쐰 탓인지 다소 거칠어져 온갖 '야전'(野戰)을 다 겪은 베테랑의 느낌이 들 정도였다. 다소 '샌님' 스타일이었던 이전과 달리 제법 대중정치인 티가 난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는 이날 소설가 한강의 '회복기의 노래'라는 시를 소재로 '중소상인 보호와 재벌 개혁'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촛불민심을 꺼트리지 말고 확산시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역설했다. 두달 가까이 지속된 7차례의 촛불집회 동안 참여 시민들의 뒷바라지에 주력해 '광장 지킴이'로 불린 박 시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늘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혀 온 박 시장은 아직도 명확한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박 시장은 내년 4~6월 조기 대선 실시가 확실시되면서 일정을 앞당겨 조만간 공식 출마 선언 후 경선 레이스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실제 이날 밤까지 수차례 개최한 '박원순과 국민권력시대' 집회는 박 시장의 이같은 의지를 단적으로 입증해주는 사례라는 게 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측근 인사는 "박 대통령 탄핵 뿐만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게 촛불 민심의 진정한 뜻"이라며 "안정되게 시정 운영을 하면서도 시민들의 이러한 뜻을 모으는 한편 정치 지도자로서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시하는 행사이자 본격적인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특히 박 시장은 한때 진정성 측면에서 '사퇴 후 대선 올인'을 검토했지만 최근 들어 사퇴하지 않고 직무대행 체제로 경선에 참여하는 것으로 사실상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서울시장 자리까지 비워 둬 보궐 선거가 실시되는 상황이 국민들의 불안감 조성 등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여론이 많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박 시장은 올해 말 단행될 시 정기 인사에서 임기 1년을 넘긴 현 부시장단을 교체하지 않고 유임시키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여론조사 지지율에 대해서는 자기 성찰의 단초로 삼겠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고 있다. 공식 출마 선언을 통해 유권자들의 확실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경우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고, 이재명 성남시장의 돌풍 등 최근 야권 잠룡들의 지지율 등락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반영됐다는 측면도 강한 만큼 불리할 것이 없다는 얘기다. 기득권 타파ㆍ새로운 비전 제시라는 국민적 요구에 누가 더 잘 응할 수 있느냐를 놓고 경쟁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박 시장의 싱크탱크 및 조직 기반으로 알려진 '희망새물결'도 이달 말 사회개혁 비전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단체는 윤준하 전 환경운동연합 대표,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시민사회 주요 인사로 구성됐다. 현재 전북, 제주, 대전ㆍ세종 등 전국 주요 지역별 조직 꾸리기가 완료된 상태다. 이 단체를 주도하고 있는 오성규 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만큼 앞으로 계획을 앞당겨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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