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삼성물산 등으로 역할분담 지주회사 전환 TF 등 팀 꾸려질 듯
삼성 서초사옥 전경. (출처 : 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즉흥적으로 발언한 것 같지만, 오랫동안 염두에 뒀던 사안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7일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해체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전날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현장 상황에 맞춰 발언하면서 나온 '즉흥적인 내용'으로 관측했지만, 의원들의 질의를 노련하게 대응해온 이 부회장의 계산된 발언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발언대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를 위한 기능 재편 작업에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계열사 간 업무조정이나 미래먹거리를 위한 각종 인수ㆍ합병(M&A) 역할을 담당할 기능이 어떻게 조정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대규모 기업인 삼성그룹 특성상 컨트롤타워가 아예 없을 수는 없는 만큼, 일부 기능들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계열사로 옮겨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상황이 어찌됐든 미전실 해체가 공식화된 만큼 후속 조치가 조만간 이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기존에 생각하고 있었던 내용이 청문회를 통해 확실하게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얘기했다.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을 진두지휘해 온 '두뇌 조직'이다. 1959년 호암 이병철 창업주 시절 비서실로 출발한 이 조직은 1998년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을 바꿨다가 2006년 다시 전략기획실로 개편됐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김용철 변호사(삼성그룹 전 법무팀장)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 특검 등을 거치면서 조직의 이름이 바뀌거나 해체 후 다시 만들어졌다. 이 부회장은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경영 전반을 맡을 때부터 미전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이같은 의중을 고려해 미전실을 조금씩 축소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룹은 지난해 전략2팀을 폐지하고 전자계열을 담당하는 전략1팀과 비전자계열을 담당하는 전략2팀을 합쳐 '전략팀'으로 조직을 축소했다. 비서팀은 없어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발언 이후 개편 작업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미전실의 기능 대부분을 삼성전자에서 담당하되 사업재편 등의 기능은 삼성물산으로 옮겨지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삼성전자 지주회사 설립과 관련된 계열사 관계자들을 모은 TF(태스크포스) 설립도 검토 중이다. 앞으로 삼성전자 이사회의 역할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삼성SDI 삼성전자 제일기획 등 금융사를 제외한 상당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 계열사 의사 결정 관여가 가능한 구조다. 미전실 해체를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과 연계해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설립을 검토 중인 가운데 회사를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설립된 뒤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삼성 지주회사가 세워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삼성 지주회사가 미전실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 부회장은 미전실 해체를 전격적으로 밝혔지만,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는 적극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과 국민연금의 찬성 배경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양사(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제 승계와는 관계가 없다"며 분명한 입장을 내비쳤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도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일성신약을 설득하고 있는 과정에서 국민연금도 긍정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강하게 이야기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밝혔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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