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동 살 때 기이한 울음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난 적이 있다 이 새벽, 장화 홍련이라도 환생한 것일까 창밖을 보니 검은 소복을 입은 여섯 명의 여자들이 집 앞에 서서 울고 있었다 얼굴에 싹이 돋아나는 기분이었다 손으로 입을 막고 까마귀 떼처럼 곡하던 여자들은 한참을 울더니, 발 없는 유령인 듯 흘러갔다 죽은 걸까 누가, 죽음은 왜 자꾸 내 앞에 와 엎드리는가 창을 닫는데 손등 위로 검은 깃털이 돋아났다 얼굴과 가슴, 등 뒤와 허벅다리까지 깃털로 뒤덮였다. 어깨뼈와 고관절이 가까워지고 팔이 물결처럼 펄럭였다 천장이 높아지고 벽이 멀어졌다 나는 일곱 번째 까마귀가 되었다 어떻게 알고 온 걸까, 검은 짐승들 ---------- '일곱 마리 까마귀'라는 동화의 시작은 이렇다. 일곱 명의 아들들을 둔 어떤 부부가 있었는데, 그래서 그들은 딸을 갖기를 무척 바랐다. 그러던 중 마침내 딸을 낳았는데 낳고 보니 몹시 허약했다. 제대로 세례를 받기도 전에 혹시라도 딸이 죽을까 싶어 전전긍긍이었던 부부는 아들들에게 얼른 우물에 가서 물을 떠 오라고 했다. 그런데 서로 먼저 물을 뜨겠다고 다투다 그만 물 단지를 우물에 빠뜨린 아들들은 야단을 맞을까 봐 감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기다리던 아버지는 화가 나서 아들들이 모두 까마귀나 되어 버렸으면 좋겠다라고 외쳤고, 아들들은 아버지의 말처럼 정말 까마귀가 되어 버렸다. 그 후 딸은 나날이 어여쁘게 자랐는데, 부부는 딸에게 오빠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 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을 사람들로부터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딸은 오빠들이 까마귀가 된 게 자신의 탓만 같아 오빠들을 찾아 모질고 긴 여정을 나선다. 시인이 '일곱 마리 까마귀'를 곁에 두고 썼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그림자는 무척 짙다. 차라리 자기 자신이 일곱 번째 까마귀가 되길 바랄 정도로 말이다. 장화와 홍련이도 그렇고 바리데기도 그렇고 인어공주도 그렇고 어떤 면에서 신데렐라도 그렇다. 잔혹하고 끔찍할 따름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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